매거진 해우소

나는 당신에게

by 유랑

어느 혼자인 일요일 아침

휴대전화 사진첩을 보며

무엇을 찾는지도 모른채

한참동안 화면을 올려만 보다가

우연히 멈춰 선 화면에 보이는

한 때의 즐거웠던 순간,

그 옆에서 눈길 받지 못하는

빛바램이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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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하지 않기에 아쉬움도 없고

추억하려 하기엔 일상같아서

애써 떠올리려 노력하지 않다가

반가운 친구와의 대화소재로

문득, 떠오르는

이틀 전의 점심메뉴 정도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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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 쓰면 어떡하나

고민만 하느라 움직이지도 못하는

깨끗한 편지지의 볼펜보다

이런 문장, 저런 문장

기쁜 생각, 슬픈 생각

못그리는 그림마저 편하게 담아내는

지저분한 연습장의 연필이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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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우개로 지우고 툭툭 털어내리는

옅은 흔적이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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