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법조인이 됐는데 허전하다
그토록 바라던 변호사시험에 합격하고 이제 온전한 직장을 얻었다. 친구들도 만나고, 밥도 사고, 술도 마시고 참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것 같았는데, 뭔가 불편함이 느껴진다. 같이 합격한 친구들도 나 만큼 축제는 아닌 것 같다. 그들의 흥이 나만큼이 아니라고 느껴지는 순간, 서운하고 또 내가 뭘 잘못한건가 돌아보게 된다.
1. 말을 줄여야겠다.
오랜만에 정신놓고 즐기는 술자리들이 많다보니, 또 신이 나서 내 이야기만 많이 한 것 같다. 그렇게 많은 말을 하면 다른 사람을 배려하고 경청하지 못하는 것을 넘어서 꼭 실수를 하기 마련이다. 나에 관해 알려서는 안되는 정보를 주거나, 상대방에게 무례하게 구는 일 같은 것들이다. 나도 말을 줄이고 싶은데, 술을 마시면 통제가 잘 안된다. 나는 남들을 편하고 즐겁게 해주는 좋은 사람이고 싶은데, 너무나도 미숙한 나는 좀 이기적일 때가 있다.
해결하기 위해서 나는 왜 내 이야기를 많이 하는지 돌아봤다. 우선 술을 좀 줄여야겠다. 그러면 이성적인 내가 자제를 해 줄 것이다. 그 다음으로 나 스스로 철학이 없으니까 뭔가 개똥철학을 자꾸 확인받고 싶은게 아닐까 싶었다. 그래서 독서를 해보기로 했다. 그 다음으로 내 생각을 표현할 공간이 필요한 것 같다. 이건 이렇게 글을 쓰면서 해소를 해보려고 한다. 이래도 부족하면 글을 쓰는 공간을 또 만들어야지.
2. 다들 현실을 살기 바쁘다.
합격의 기쁨도 잠시이고, 이제 드디어 밥벌이를 하게 된 합격자들은 돈을 주는 회사에 은혜 갚기 바쁘다. 지금 그들이 하는 것은 노동인가 학업인가 헷갈릴 정도로 모범생다운 성실성을 보여주고 있다. 그 반면에 나태한 나는 로스쿨 때의 여유 없는 삶을 계속하고 싶지 않다보니, 그들과 흥겨움의 차이가 생긴다.
그들은 일을 열심히 하는 것과 별개로, 미뤄뒀던 인생 숙제를 하는 것도 바쁘다. 그들은 결혼을 전제로 한 만남이라면 얼마든지 노력할 준비가 되어있다. 우리 사회가 결혼하지 않는 것에 관대해졌다고 생각하는데, 역시 정도를 걸어온 사람들에게 비주류로 살아가는 것은 관대해질 수 없는 일인가보다. 그저 부러운 것은 스스로 주류로 살아가기 위해 노력하는 자녀를 둔 그들의 부모님이다.
3. 여전히 숙제가 많다.
이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고민이 된다. 로스쿨을 졸업하고 변호사시험이라는 관문을 넘으면 인생이 꽤 명확해질 줄 알았는데, 아직 한치 앞을 예측하지 못하겠다. 당장 내가 어떻게 살고 싶은지, 어떻게 노력해야 하는지, 어떤 태도로 사람들은 대하고, 어떤 즐거움을 안고 인생을 살아가야 하는지 고민이 된다. 일단 정석대로 책을 좀 읽어서 방향을 잡아봐야겠다.
큰 관문을 넘어서니 이제 일상의 문제들이 수면 위로 드러난다. 일단 내가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 그 노력자체가 뭔가 가면을 쓰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그게 또 자기 말과 행동에 책임을 지는 어른이 된다는 의미가 이니겠는가. 그리고 불평하지 않는 사람이고 싶다. 불평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다는 걸 알면서도 습관이 된다. 솔직히 더 실력 있는 사람이 되고싶다고 하는 건 너무 버겁고, 그저 내 몫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되기를 바란다. 혼자서도 온전하고, 남에게 베풀 심적, 물질적 여유가 있는 사람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