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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시험에 합격했지만 여전히 나는 공부를 하고

by 서의겸


시험이 끝나면 행복 시작일 줄 알았는데. 또 무언가 준비를 하고 공부를 하고 있다. 또 평가에 연연하고, 결과에 일희일비하는 나를 발견하고 있다. 언제쯤 나는 이 숙제의 늪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로스쿨 때는 안간힘을 써서 평가에 매달렸다.


당연히 변호사 시험에 합격하지 못하면 잃는 것이 너무 많았기에 나는 매 순간 최선을 다하는 것을 넘어, 쥐어짜듯이 애를 써 왔다. 그런데, 그토록 바라던 나의 직업을 갖게되었는데 나는 왜 또 평가에 안절부절하고 있는 것인가. 합격만으로 영광인 줄 알라고 하면 할 말은 없지만, 그래도 내가 생각한 것보다 더 인생은 숙제와 과제의 연속이다.


변호사시험의 빈자리를 수많은 평가가 채워주고 있다.


솔직히 업무는 할 수 있다. 일이라는게 완성도를 따지지 않으면 쳐내는 것이 가능하다. 그런데 완성도를 따지기 시작하는 순간부터 나의 정신적 고통은 시작된다. 나의 부족함을 알게되면서 느껴지는 자괴감, 왜 그렇게 나는 가득 찬 인간이어야 하는가에서 시작하는 절망감들이 가득하다. 그 와중에 이제 로스쿨 때처럼 퉁퉁한 몸이 용납되지 않으니 어째 돈을 버는데 먹는 건 더 부실해지고, 예민한 성격도 이해받지 못하니 인간관계에도 스트레스는 쌓여간다. 내가 바라는 인생이 그토록 원대한 것이었나. 왜 이렇게 치러야 하는 대가가 많은지 모르겠다.


인생이 쓰다


시험합격은 시작에 불과하다는 것을 모르는 건 아니었지만, 여전히 나는 너무 아등바등 살아간다. 언제쯤 세상이 여유롭게 보일까요. 나는 어디서부터 잘못한 것일까요. 나는 돈을 좀 쓰는 편이긴 하지만 먹여살릴 가족이 있는 것도 아니고 특별히 사치를 하는 것도 아닌데, 그저 좀 최선을 다할 때와 여유를 즐기는 순간을 인생에서 같이 가져가고 싶을 뿐인데 왜 이렇게 계속해서 감당하기 힘든 정도의 스트레스를 견뎌야 할까. 원래 인생은 이렇게 끊임 없이 숙제를 해나가는걸까. 그렇다면 어차피 내일의 숙제가 또 있을거 오늘 안하면 안될까.




조금 천천히 가고싶다. 나는 그렇게 많은 소득을 바라지 않는다. 더 적게 애쓸 수 있다면 지금보다 더 줄어도 좋다. 이제 직업인으로서 시작이고, 아직 배울 것이 많은 건 알지만 너무 많이 달려와서 지친다. 취직 준비부터, 취직하고 일하고 로스쿨 준비하고, 로스쿨에서 또 정말 많이 애썼는데 그 아등바등이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는게 너무 슬프다. 일하는데 적응하고 나면, 그러면 행복해질까? 어디서부터 문제였을까. 계속 고민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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