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은 어떻게 타락하는가

<동물농장>에서 본 한국 사회

by 회사원 S
%BD%BA%C5%A9%B8%B0%BC%A6_2015-12-05_%BF%C0%C8%C4_9.23.45.png?type=w1 조지 오웰, <동물농장>


고전 명작인 <동물농장>을 오랜만에 다시 읽었다. 전체주의와 부패 권력에 대한 신랄한 풍자 문학으로 정평이 나 있는 이 책을 성인이 된 후 다시 읽으니, 어릴 때의 단편적인 감상과는 다르게 내게 다양한 감정을 느끼게 해 주었다.


이 책의 줄거리를 간단히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존즈라는 주인이 운영하는 농장에는 다양한 동물들이 억압과 착취를 당하며 살아가고 있었다. 그 중 나이가 많지만 현명한 돼지 메이저는 어느날 '모든 동물은 자유로울 권리가 있고, 그들의 노동력이나 생산물(우유, 달걀 등)은 오롯이 동물들 자신을 위하여야 한다. 인간의 지배는 불합리하고 부당하다.'고 주장한다. 인간에 의한 지배를 당연하게 여겼던 동물들에게, 처음으로 지배 관계에 의한 불평등함과 부조리를 인지시킨 것이다.


이 연설로 인해 크게 자극받은 동물들은 농장의 주인 존즈를 몰아내고 농장을 차지하게 된다. 그들은 '네 발은 좋고, 두 발은 나쁘다."라는 구호를 외치고 동물을 위한 7계명을 제정하며 완전히 새로운, 동물들만을 위한 진정한 <동물 농장>을 세우게 된다. 동물들은 다시 태어난 진짜 '동물농장'에서 열심히 일하며 더 살기 좋은 농장을 만들기 위해 의기투합 한다.


네 발은 좋고, 두 발은 나쁘다.


하지만 그 중 가장 탐욕스럽고 똑똑한 수퇘지 나폴레옹이 점차 인간과 유사한 행동을 한다. 동물들을 위해 세웠던 7계명을 조금씩 다른 동물들 모르게 수정하며 지도자인 자신에게 유리하게 바꾼다. 동물 농장을 운영하기 위해 전략을 짜고 머리를 쓰는 자신들의 일이 다른 어떤 일보다 어렵다고 주장하며, 자신과 일부 돼지들이 더욱 많은 음식과 재산을 차지하는 것을 당연시한다.


결말에 다다를수록 나폴레옹을 포함한 지도자 돼지들은 점차 인간처럼 행동하고 다른 동물들을 무참히 착취하다가, 종래엔 인간처럼 두 발로 서게 된다. 인간의 독재에서 벗어나 자유롭고 평등한 사회를 꿈꾸었으나 권력을 쥔 또 다른 독재자에 의해 다시금 힘 없이 무너지는 동물들의 모습은, 수없이 반복되는 역사 속에서 익숙하게 마주했던 장면들이었다.


모든 동물은 평등하다. 그러나 어떤 동물은 다른 동물들보다 더 평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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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혁명이 성공한 뒤 어떻게 변질되는지, 독재라는 행위가 얼마나 교묘하고 빠르게 우리 사회에 자리잡을 수 있는지 그 위험성을 알린다.


책을 읽으면서 계속해서 불쾌하고 찝찝한 감정이 들었는데, 제2차 세계대전 직후 출간된 책이지만 현재의 정치사회와 너무도 닮아있었기 때문이다. 독재 정권 속에서 신음하던 80년대를 지나 지금의 자유 민주주의 사회를 당연시 여기며 살아오기까지, 우리나라에도 책 속의 돼지들과 같은 정치자들이 수도없이 많았다. 권력을 잡은 뒤 놀랍도록 변하는 지도자들, 변화를 약속했지만 책임조차 다하지 않는 모습들,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심각하게 침해하는 범법 행위를 버젓이 정당화하는 행동까지...


나는 성인이 된 후 총 3명의 대통령을 겪었는데, 그 중 2명이 국민의 손에 의해 그 자리에서 내려왔다. 촛불을 들고 거리에 섰던 수많은 사람들. 그 거리의 외침은 단순한 분노가 아니라, 지도자의 ‘진짜 책임’이란 무엇인지 묻는 시민들의 목소리였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책 속의 돼지 나폴레옹과 같은 정치인을 만나지 않기 위해서는, 지금껏 해온 것처럼 모든 시민들이 꾸준하고 지속적으로 정치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공정하고 지혜로운 눈을 가지고, 끊임없이 그들의 행동을 주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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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농장>은 혁명의 실패를 다룬 이야기다. 권력을 잡은 돼지들은 더 나은 세상을 약속했지만, 결국 인간보다 더한 독재자가 된다. 한때 동물들의 희망이었던 나폴레옹은 어느새 거짓말과 폭력으로 모두를 지배하고, 그를 막을 수 있는 동물은 아무도 남지 않는다.


우리는 2016년, 분명히 ‘혁명’을 만들었다. 광장의 끝없던 촛불은 주인의 자격을 되찾는 행위였다.

다시 2025년, 두 번째 '혁명'을 통해 다시금 잘못을 바로잡고 자유와 정의를 되찿았다.


하지만 역사는 다시금 반복될 수 있다.

권력은 모양만 바꾼 채 다시 태어나고, 이름만 다른 나폴레옹이 또 다시 단상 위에 설 것이다.


이에 <동물농장>은 우리에게 묻는다.


혁명 이후, 우리는 무엇을 지킬 것인가?

우리가 결코 잊지말아야 하는 중요한 가치는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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