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처음 읽은 솔직한 감상은, '정말 재미가 없다'였다. 교수님이 우리 근대 문학 역사 중 최고의 단편이라고 하셨는데, 나에겐 재미가 없다니. 나는 소설을 쓰기 적합한 사람이 아닌가?
2. 두 번째 읽으며, 공부할 만한 '소설이라는 재료'가 많이 들어있다고 하셨으니, 그걸 찾아보았다.
1) 인물이 다 살아있는 느낌이 들고, 다 다르게 느껴지는 것이 좋은 소설이라는데... ; 서정인의 <강>은 과연 이러한 요소를 충족하고 있는 소설이었다. 외모나 옷차림, 청결도 묘사에서 시작한 인물 스케치는 점차 개인의 성향, 특성을 암시하는데까지 나가고 있다. 창백하고 더러우며, 고개를 웅크리는 김씨는 소심한 사람으로 원한이 있고, 민감하며 섬세하다. 자연 현상만으로도 기억을 소환하여 정서적 재경험을 하는 사람이다. 멋쟁이 이씨는 깨끗하고 태연하다. 잘 놀라거나 당황하지 않는 사람이다. 고깔모자의 박씨는 실용적이라는데, 실용적인 그는 병역도 기피할 정도이다. 뻔뻔하고 무신경하며 이기적이어서, 남을 침해하거나 침범, cheating하는 행동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일찍 돈을 모아 집주인인가 보다. 기피자는 컴플렉스도 많다. 그리고 여자. 뚱뚱하고 촌스러우며, 둔하고 잘 참는다. 될대로 되라 식으로 느긋한 모습은 사실 자포자기하고 사는 사람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조그만 관심에도 행복해하고 의외의 부끄럼을 보이는 등 순수하다.
2) 군대에 대한 그들의 반응, 선글라스에 대한 반응, 여자에 대한 반응 등. 인물들이 다 다르고 살아있는 것처럼 느껴지니까 사건도 구체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구체성 확보도 성공적. 생생해 보인다.
3) 자유 간접화법 : 서술자의 시점은, 지금 여기서 사건이 벌어지고 있는 것처럼 현재적이다. 그리고 인물들의 외양을 비췄다가 내면을 비췄다가 과거의 내면을 비추었다가, 과거의 풍경을 비추었다가 거침이 없다. 그리고 모든 인물에게 별다른 편들어주지 않고 공평한 것처럼 보였다. 처음에는. 그런데 점차 김씨가 주인공임을 알게 할 수 있게, 김씨 속에 작가가 슬슬 드러난다. 인물의 언어와 화자의 언어가 같이 가는 듯하다가, 슬슬 화자의 언어가 드러나고. 가령 유난히 상상력 쩔고, 안 듣고 있는 것 같이 가만히 있지만 주변에 일어나는 일을 다 알고 있는 김씨 대학생이 작가의 분신으로 보인다. 피상적인 이씨나 반사회적 범법자 박씨는 아무래도 공감하기 힘드니까. 점차 김씨의 경험에, 마음이 기울고, 공감을 하게 된다. 김씨의 경험에 애수가 깃드는 순간을 보게 된다. 늙은 대학생, 공부하기 힘든 가난, 시골서 천재였다가 좌절하게 되는 과정 등. 소설의 주제는 이것이다. 되찾을 수 없는 것의 상실임이여! 아마 세 남자의 뻔한 듯 보이는 대화 소재가 반복되다가 점차 어떤 갭이 생기고, 뉘앙스가 만들어지며, 주제가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
4) 결국, 가난한 대학생의 상실을 위로하고자하는 작가는, 뚱뚱하고 순수한 여자를 대학생에게 준다. 현실에서는 일어나지 않을 환타지적 요소다. 그를 위로하고 싶었던 것으로 보이나, 여성을 도구화한 것은 남성 작가의 한계다. 왜냐하면 여자가 왜 대학생이란 것에 그리 감탄하는지에 대해 맥락이 나와있지 않아 불쾌하다. 아무튼 그러한 상실한 자의 고단함을 위로하고 싶은 그 순간. 소설이 그리는 것은 바로 그 순간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