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 속 많은 이별과 만남을 거듭하며 조금이나마 머리가 큰 줄 알았는데 그저 바람 앞에 갈대였다. 흔들림을 멈출 수 없었다. 다른 척해보지만 결국 나도 같은 사람이었다. 내게 바람은 그저 머릿속을 헤집고 다니는 잡념과 같았다. 그것들이 서서히 나를 멈칫하게 만든다.
생기지 않는 감정을 빗대어 만들어보아도 그건 그저 놀이에 불과하지 않을까?
사랑이라는 감정을 위해 노력한다, 그게 맞는 건지 모르겠다. 주저하지 않게 만들어주는 것이 사랑이라면 난 몇 번이고 실패했을 것이다. 물어보지도 않은 채로 혼자 마음을 접었었다.
좋아했다.
지금도 문득 생각이 나면 서로 알지도 못한 채 혼자 외사랑을 했던 중학교 시절의 첫사랑을 떠올린다. 난 현재까지도 그때 느꼈던 감정을 찾아 헤매이고 있다. 그 감정이 내게 있어 사랑이었으니까. 주위에서 눈이 높다고 하는 이유, 인연을 만들어보려 노력하지 않는다는 말을 듣는 이유, 의문 섞인 눈빛으로 동성애자냐는 소리를 들었던 이유 모든 게 하나로 귀결된다. 주위에는 없다. 그뿐이다.
누구는 짧은 문장 하나를 써내고 보냄에도 많은 생각과 용기가 필요하고, 손 끝에 남아있는 떨림이 끝에는 설렘으로 맺혀지길 바라는 게 이성적 호감의 대한 교류라 말한다. 흔히들 썸이라고 하는데 그 관계에 대한 정의가 모호하다.
나 같은 경우에는, 호감에 들어서기에 앞서 스스로에게 묻는다. 호기심인지, 애정인지, 호감인지, 서로 어느 정도의 감정으로 끝날 관계인지 만약 상대방을 좋아한다는 결론에 다다르면 감정을 인정하기보다는 큰일 났다는 생각이 먼저 머릿속을 스쳐 지나간다. 이전보다 행동이 머뭇거리고 상당히 뚝딱거린다는 걸, 앞에서는 할 수 있는 말도 못 하게 된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상당히 재미없어질 것이다. 그래서 난 이성적인 관계나 지인관계에 있어 내가 재미있는 관계를 원한다.
늦은 시간임을 인지했음에도 스스럼없이 전화를 걸어 뭐 하냐고 물을 수 있는 관계가 지인관계라고 한다면, 이성적인 관계는 무엇의 힘도 빌리지 않고 행동 앞에 있어 스스럼이 없는 관계라 보고 있다. 바라보고 있는 두 관계의 이상은 내가 나로 있을 수 있는 관계, 나는 변함이 없을 것이라고 확신하는 관계이지 않을까 싶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나를 좋아한다는 건 기적에 가깝다. 서로가 비슷한 시간을 살아가고 있다는 것 또한 기적에 가까운 일이다. 그래서 우리는 때로, 서로 이기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