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한 기분이었다. 이유 모를 감정들로 늦은 새벽까지 잠을 못 이룰 때면 어김없이 찾아온다. 처음에는 그저 굶주렸던 배가 문제였겠거니 대수롭지 않게 넘겼던 문제였지만 점차 하루가 이틀이 되고 이틀이 나흘이 되고 같은 문제들로 잠을 이루지 못할 때가 많아졌다.
여지없는 불안과 후회, 답답함과 막막함, 출구 없는 미로를 헤매고 있는 듯한 느낌이 싫었다. 멈춰 서면 도태될 듯 이 위태로운 줄타기를, 목을 옭매어 오는 밧줄은 서서히 굵어져만 가는 듯한, 이런 건 자유인 걸까 책임감인 걸까?
마음의 안정을 취하기 위해서, 잠시나마 불안을 잊기 위해서, 누구라도 내 곁에 있어주길 바랐다. 어리숙한 내면을 내보이기가 두려워 겉만 번지르르한 말을 내뱉음으로써 자기 위안을 삼고, 어쩔 수 없었다는 말로 선택을 정당화했다. 그렇다, 그저 난 현실을 마주 볼 자신이 없어 어딘가로 매 순간 어딘가로 도망을 친 것이다. 이번에도, 있는 그대로인 나를 이해해 주길 원하는 나의 이기심이 밤을 삼켰다.
그렇게 말을 하는 편이 낫다.
이렇게 말을 하지 않는다면, 말을 하지 않는 편이 나을지도 모른다. 모두가 같은 미래를 그리며 보통의 삶을 살아야 할까? 아니면 이건 단지 배가 불러서 하는 미성숙한 한 사람의 궤변일까?
어릴 적 나는 특별한 사람이 되어 있을 줄 알았다. 모두가 마찬가지였을 터이다. 실패의 경험은 어느 순간 갑자기 다가오니 말이다. 하지만 다시금 느낀다. 특별하다는 건 그저 본인이 하고 싶은 걸 꾸준히 하고 싶다고 말하는 게 아닐까 하고, 한 번의 거절로 내려놓을 만큼의 마음이었다면 차라리 안 한 게 다행이었을지 모른다.
이런 버릇이었다. 새벽마다 시상이 떠올라 그걸 적어 내려 가던 버릇, 어둑한 거실에서 핸드폰 불빛에만 의존한 채 메모장을 켜 느끼고 있는 심정을 써 내려가던 버릇이 어느덧 햇수로 4년째가 되었다. 글을 적으며 블로그에 올리기 시작한 지는 얼마 되지 않았지만, 취미로만 하던 끄적임을 4년 동안 했다면 무엇이든 되어있어야 하는 것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문득문득 머릿속을 스친다.
그저 취미였다. 글로 표출을 한 감정이 사그라지는 듯한 기분이 좋았기에 써지지 않으면 내가 오늘 기분은 그래도 나쁘지는 않았구나라며 하루를 기분 좋게 마무리하던 그냥저냥 하던 취미였다. 그래서 얇은 선으로 무엇인가를 하고 있다며 위안을 삼기 위한 매개로 해왔었기에 그 무엇도 될 수 없었다. 결정적으로 시간이 지날수록 내 글의 자신감이 사라져 갔기에, 배움을 멈췄던 기간들이 길어서 확신이 들지 않았다. 그래서 어쩌면 무서웠다고 말할 수 있다. 할 수 없었다... 내놓을 수 없었다.
오랜만에 이러한 글이 써지는 걸 보니 어딘가 하소연할 곳이 필요한 것일까?
채울 수 없는 허기짐을 채우려 위가 찢어질 듯한 고통을 감내하면서 무언가를 끊임없이 밀어 넣던 그 시절의 내가, 돌아가기 싫은 과거의 내가 문득 떠오른다. 내가 있는 이곳은 대체 어디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