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나는 헤엄을 쳤다.

by 정지원

마치 꿈을 꾸는 듯한 기분이었다. 내가 나로 있을 수 있을 때, 모든 것을 이야기하며 이해를 해주길 바라던 나의 모습을 지금의 너는 어떠한 모습으로 바라볼까 그러한 생각이 들수록 이제는 가까워질 수 없는 너와 내 사이가 더욱 멀게만 느껴졌다. 아쉬운 마음으로 서로에게 이별을 고했을 때 너는 나쁜 사람은 되기 싫었는지 끝까지 그 말은 내가 하게 만들었다. 그 한 마디의 말로 모든 상황을 정리하고 누가 선하고 악한지 가를 수 있었다면 차라리 좋았을까


의문이 들었다.


서로 사랑을 받길 원하는 건 잘못된 일은 아니다. 누군가에게 인정받고 사랑을 받을 수 있는 존재가 될 수 있다는 건 참으로 이상적인 이야기이니까. 혼자 있게 만든 건 나와 너의 잘못이 아닌 서로를 떨어트리게 만든 환경적 요인아더, 나는 그렇게 상황을 바라봤다. 넌 끊임없이 표현해 주길 원했고 나는 그것에 지쳐갔다고 말을 하는 게 맞는 것 같다. 그렇다고 넌 나에게 무엇 하나 확신을 주는 행동은 하지 않았다. 그저 홀로 뛰던 가슴만 믿고 마냥 돌진하는 불도저처럼 다가왔고, 쉽게 타올랐다 사라지는 모닥불의 연기처럼 그렇게 사그라졌다.


그렇다고 내가 진심으로 너를 대했냐고 질문을 한다면, 80 퍼는 맞고 20 퍼는 틀렸다고 할 수 있다. 그저 서로가 외로움에 발버둥 치다 절벽에서 만난 어느 동물이었다. 처음 보면 바로 알 수 있다. 일정 수준 이상으로 감정이 올라가지 않을 것이라는 걸 누구보다 나는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선을 만들었음에도 멈추지 않았다. 지금에서 생각해 보면 어리석고 미숙하고 어리숙한 일이었다. 차라리 시작 초자 하지 않았더라면 좋았을까?


너처럼 나는 다시 너를 마주하고 싶지 않다. 그럼에도 아무 일 없던 것처럼, 아무 일도 모르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다시 밥 약속을 잡으려는 나도 참 정상적인 성격은 아닌 것 같다. 누군가는 나에게 정이 많냐고 물었다. 좋게 포장하자면 그렇다고 말하는 게 낫지 않을까 싶다.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로 방 안에서 하루를 보내고 싶다. 누군가는 나에게 한 통의 안부연락을 보내지 않을까 이러한 생각이 들었다가 바로 사라졌다. 그때 가서 내가 뭐라도 하면 연락이라도 오겠지


하지 않은 일을, 일어나지 않을 일을 상상하는 건 어려운 일이다. 마치 화장실의 샴푸가 떨어지는 일처럼 있을 수가 없는 일일뿐이다. 또 한 지인은 나에게 우울해서 염색했다는 말을 건네왔다. 대충은 알고 있어서 듣고 싶어 하는 말을 건네주기 싫었다. 그래서 사진 보내보라고 말을 했다. 답을 정해놓은 대화에 말은 최대한 아낀다. 그게 내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느낀 방어기제 중 하나이다.


그랬다. 처음부터 정해져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내가 너를 꾸준히 곁에 두려고 했던 이유초자 내가 너를 믿지 못해서, 네가 혼자 있으면 뭔가를 할 것 같은 기분이 잠시 스쳐 지나갔는데 며칠 뒤 나는 물고기가 되었다. 딱히 나도 잘한 건 없지만서도, 원래부터 사귀지도 않았지만 그렇게 헤어지는 건 당하는 입장에서 기가 차 말도 제대로 나오지 않고 어버버 하게 된다.


하지 말라던 연락을 꾸준히 하던 너를 내가 몰랐던 것도 아닌데, 내게 그저 남소 받았다고 말하던 네가 이틀 뒤 바로 사귄다는 건, 그전에 나를 만나면서 서로 연락을 주고받았던 건 아닌지 아니면 그저 네가 외로움을 못 견디는 그런 사람인지 나는 그냥 이해하기를 포기했다. 더 이상의 감정은 쓰고 싶지 않았다.


이제는 마음의 문을 차라리 닫아놓는 편이 나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