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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 밤은 이른 선택은 이른 선택을 마주하며

by 정지원

결국에는 이것뿐이다. 준비가 안된 상태로 무엇인가를 하기에는 아직 버거운 내게 돌아 올 곳은 언제나 글 속이었다. 그래서 더욱 손을 놓지 못하는 것 같다. 내게서 이것마저 빼앗긴다는 생각이 들 때면 기분대로 행동을 해버린다. 그러한 사람을 싫어했는데, 나 또한 같은 사람이었다는 걸 다시금 깨닫는다.

신춘문예를 도전하기로 다짐을 한 지 3년째가 되었다. 말 뿐인 도전인 듯 하지만, 나는 안 변한 듯 아주 천천히 달라지고 있다는 것을 스스로가 느낄 때가 근래 종종 있었다. 몇 안 되는 글을 엮여 어딘가로 투고를 보내는 행동 또한, 예전의 나였다면 꿈도 꾸지 못한 채로 고이 접어 놓았을 터이다. 출판사의 선택이 가장 중요한데, 내고 싶다고 아무 곳이나 낼 수도 없어서 그저 꾸준하게 어디가 되었든 쓰고 있을 뿐이다.

여느 출판사 두 군데에 투고를 해보았지만, 원고지의 분량이 적은 것은 물론이거니와 내 글은 출판사의 방향과는 달라 죄송하게 되었다는 메일을 받았었다. 그래도 메일을 보내주니 며칠간은 설마 하는 기대로 들떠있었다. 마치 토요일에 사던 로또가 당첨이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처럼 말이다.

과학에서는 기적이라는 건 존재하지 않는다고 한다. 왜냐하면 몇 퍼센트의 확률이래도 존재만 한다면 결국에는 그 일이 일어난다고 말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생은 고작 몇 퍼센트에 노력을 기울일 만큼 기회를 주지 않는다. 그렇기에 불공평하다. 하지만 그것을 탓할 수만은 없다. 인정해야 하는 건 입을 꾹 다물어서라도 인정을 해야 그다음의 단계로 나아갈 수 있다. 이 것을 알고 있음에도 끊임없이 탓을 하며 글을 작성해 오던 그간의 나를 부정하는 것 같이 보여도 그것 또한 나였고 이 모습 또한 나인 것이다.

하지만 바라는 꿈 안에서의 나는 이성적인 판단이 잘 되지 않는다.

어쩔 수 없다는 핑계로도 용인되는 않는 모종의 이기심 때문인 것 같다.

또 같은 얘기로 귀결되는 나의 글은 언제나 한숨이 나올 지경이다. 그래서 요즘의 글이 잘 써지지 않았던 것은 아닐지 아니면 단순히 찾아오던 글과는 권태기인지, 그것도 아니라면 또 한 번 토스트 아웃이 온 것일지 무엇이 되었든 그중 하나일 것이다. 운동을 8년을 해도, 글을 4년을 썼어도 무엇 하나 또렷하게 된 것 없는 나의 인생이 헛 산 것처럼 느껴지는 오늘 밤, 또 잠에 들긴 그른 것 같다.

죽음에 대한 주제로 글은 썼어도 죽는다는 얘기를 어디에서 내뱉은 적은 없다. 아직은 살고 싶다는 마음이 커서 그래도 솟아날 공간은 나에게도 있겠지, 나도 뭔가를 꾸준하게 하고, 노력하면 누군가는 나를 알아주는 날이 오겠지 그러한 생각들로 하루를 버티고 있다. 아니 버틴다는 표현보다는 살아내고 있다고 말하는 게 나을 것 같다.

나에게는 그게 어김없이 찾아오던 아침과 맞먹을 테니까. 죽음을 말하기에는 아직 스무 밤은 이르다는 생각을 한다.

어둑한 하늘이 다 가시지 않은 이른 아침 줄곧 맡던 새벽의 공기를 아직 좋아하니까, 어린 때 동네를 돌아다니던 소독차 특유의 냄새를 좋아했으니까, 비가 내렸던 밤 아침에 올라오던 아스팔트의 피 냄새를 좋아했으니까. 다시,

그걸 마주하고 싶으니까, 그게 내게는 아침이니까 오늘도 그저 그런 하루를 살아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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