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이른 저녁이 되면 소독차가 지나가는 거리에 망개떡을 팔 기 위한 장수의 끝음을 길게 늘어트린 목소리가 작은 내 방 창문 너머 들려왔다 일정하게 울리는 목소리는 분명히 어딘가 녹음을 한 듯 보였다 그때와 비교하기에는 시간이 많이 흐른 뒤였지만 아직도 남아있는 흔적은 여전히 이곳에 있다
이제는 소독차의 냄새를 맡아본들 알 수 없었다 가스가 빠져나간 거리에서 들어오는 공기를 맡고 있자니 머리가 아파올 듯했다 그때는 뭐가 좋다고 신이 나서 뛰어다녔는지 모르겠다 그랬었다 동네 여럿의 아이들이 소독차가 내뿜는 가스에 보이지 않는 거리를 손으로 앞을 헤집으며 누구나 할 것 없이 뛰어다녔다
그때는 마냥 좋았던 기억만이 머릿속에 남아있다 어린 시절 모든 걸 할 수 있을 것만 같던 자신감도 그곳에 남아있다 이제는 머리가 너무 커져버린 탓일까 앞서 걱정부터 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고 주눅 들었다
꿈과 희망을 심어 준 나무 그늘에 해는 뉘엿 저물고 있지만 아직도 나는 여전히 이곳의 거리를 좋아한다 이것만으로도 이유는 충분하지 않을까 그렇게 다시 움직여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