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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하면 로맨스

by 정지원

사랑이 아니라 믿고 싶었을지 모른다. 홀로 떠올리며 좋아했던 기억조차도, 괜스레 걱정하는 마음을 들킬까 에둘러 표현하던 진심마저도 사랑이 아니었다고 원래 그러한 사람일 뿐이라고 믿고 싶었다.


모든 것을 내 탓으로 돌리고, 문제점을 내게서 찾는 것 또한, 알고 있지만 모른 척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 정도의 감정의 한계라는 걸 알고 있었지만 꾸준히 말해왔기에 서로가 알고 있을 줄 알았던 안일했던 나의 잘못이라고 그렇게 생각하는 편이 나을 것이라고 판단을 내렸다. 같이 하고 싶은 것을 하기 위해 남몰래하던 일들도 다 부질없는 일이 되어버렸다. 늦은 밤 술에 취한 목소리로 전화하던 너를 아직 기억하며 이렇게나마 글을 써 내려간다.


몇 번이고 하지 말라고 말을 해도 듣지 않아 놓고서 내게 왜 표현이 없냐고 다시 되물어보던 너를 보며, 하룻밤 서로 긴밀히 나눴던 대화의 답을 다음 날 아침, 그리고 다음 약속을 잡았던 다시 만나던 날, 다시 또 듣고 싶어 하는 너를 보며 나는 느꼈다.


끝까지 확인받으려는구나.


그래서 내게 소개를 받는다던 너의 소식에 잘됐다며 대답을 해주었다.


내가 보는 너는 그랬다. 자신이 누군가를 좋아하는 모습에 심취해 있는 사람, 불안정함을 누군가를 통해서 위로받고자 하는 사람, 나를 바꿔가며 싫어하는 것 마저 좋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 끝내 자신이 어떠한 사람인지는 보여주지 않았던 사람. 물론 나도 잘한 건 없지만, 내 감정이 이상적인 관계로의 발전에 있어 일정 수준까지 미치지 않을 걸 어찌하라는 건지 모르겠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그래서 꾸준히 만나보고 싶어 했던 내면적인 욕구가 있었나 보다. 내게서 확신을 얻고자 했던 너 또한 내게 확신을 주지 않았기에 난 당당하게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에서는 얼굴조차 마주하고 싶진 않다.


좋아한다는 말을 몇 번이고 말하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다. 진짜 좋아했었는지는 이제야 모르겠지만 그건 확실하지 않은 표현이었다. 내게 그렇게 말을 하던 목요일 늦은 저녁을 뒤로하고 이틀 뒤 사귄다는 소식을 접하게 된 나의 심정을 조금이라도 생각을 했더라면 애초에 그런 만남은 이뤄져서는 안 됐다.


내가 하지 말라던 연락을 하며 질투하냐고 웃는 너의 모습을 그땐 나도 웃으며 대수롭지 않게 넘겼는데, 그렇게 사귀어왔나 보다. 불안정한 연애를 추구하며 살아왔나 보다. 그렇게 생각하며 나눴던 대화방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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