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는 타자를 구분하고 차이를 발견하는 과정을 통해 자아를 발견해왔다. 그런데 인종이나 세대를 구분하고 규정짓는 성급한 행위는 ‘일반화의 오류’를 불러일으키며 선입관과 차별과 혐오에 빠지기 쉽다. 과거에 우리는 노예제도와 나치의 유대인 말살 정책을 통해 민족과 피부색에 따라서 사람을 편 가르고 배척하는 게 얼마나 비극적인 결과를 가져오는지 뼈저리게 경험했다.
특정한 세대나 인구집단에 대해서 어떤 색깔을 덧씌우면 다양성이 가려지고 진실이 왜곡된다. 요즘 세대차이가 새삼스레 우리 사회의 화두로 떠올랐다. 세대차이는 어느 나라, 어떤 시대를 막론하고 당연히 나타나는 사회현상이다. 시대적 배경과 환경적 요인이 바뀌면서 그 이전과 이후 세대 사이에는 다양한 간극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고대 이집트의 피라미드의 벽과 메소포타미아와 수메르 점토판에는 ‘요즘 젊은이들은 버릇이 없다’라는 내용이 적혀 있다고 한다.
세대차이는 예나 지금이나 사회적 골칫거리다. 윗세대는 아랫세대가 버릇없고 세상물정 모르고 감정을 앞세운다고 우려한다. 젊은 세대는 이미 기성세대가 만들어놓은 질서가 답답하고 낡았다고 생각한다. 배신감에 사로잡힌 기성세대와 반항심을 품은 신진세대는 늘 서로에게 의심의 눈길을 보낸다.
세대 간 갈등은 필연적으로 마주해야 하는 사회적 현상이다. 바비 더피는 ≪세대감각≫에서 진화인류학적 관점으로 인간의 생각에 오류가 생기는 이유를 설명한다. "우리는 패턴을 찾게끔 프로그램이 되어 있다. (…) 무리를 이루고 있는 것을 보면 디자인이 있다거나 그 뒤에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 단일한 원인을 알고 싶어 하며, (…) 단순성을 원하기 때문에 우리는 조치가 필요한 대상을 명확하게 특정하게 된다. (…) 문제의 원인과 해법을 단순화하는 것은 만족함을 준다"고 세대차이가 생겨나는 이유를 해석한다.
나는 어느덧 기성세대, 이른바 꼰대가 되었다. 당연한 이치지만, 내게 MZ세대의 사고방식과 행동을 해석하고 받아들이기란 여간 쉽지 않다. 그들은 공정과 정의로움에 대한 첨예한 기준점을 세우고, 여기에 어긋나는 순간 가차 없이 비판하고 절교한다. 또 기존 질서에 편입되기보다는 스스로 사회의 주인공으로 나아가려는 성향이 강하다. 다소 이기적이고 집단지성의 역량이 부족한 것 같아 다소 아쉽지만, 그럼에도 기성세대보다는 뚜렷한 소신을 가지고 당당하게 행동하고 처신하는 것 같다.
MZ세대는 밀레니얼세대와 줌세대(젠지)를 합친 개념이다. 예전에도 이와 비슷하게 세대를 구분하여 X세대, Y세대, Z세대라고 불렀다. 이 중에서 Y세대가 밀레니얼세대와 겹친다. 이들은 대부분 베이비붐 초기 세대의 자녀들이며 1981~96년 사이에 출생했다. 밀레니얼세대는 유년-청소년기에 새천년을 맞이했으며 급격한 변화에 익숙하다. Z세대는 1990년대 중반에서 2000년대 초반 사이에 태어났으며, 유년기부터 휴대폰과 스마트기기를 가지고 놀면서 성장했다.
MZ세대는 디지털 환경에 익숙하고, 트렌드에 민감하며 이색적인 경험을 추구한다. 스마트기기 관련 새로운 기술과 정보를 재빠르게 받아들이고, SNS를 활용해서 자신을 내보이는 데 열정을 쏟는다. 또 하나 주목할 점은 MZ세대가 일과 삶의 균형을 매우 중요하게 인식한다는 사실이다. 이들은 기성세대처럼 일의 노예가 되기를 거부하고, 직장에 목매달지도 않는다. 이들은 워라밸, 조용한 사직, 파이어족 같은 신조어를 만들어냈다.
미국의 연구기관 퓨리리서치센터에서는, “역사상 처음으로 5세대가 한 직장에서 일하는 시대를 맞았다”며 세대 간 갈등을 우려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 몇 해 동안 세대 간 갈등보다는 남녀 간 젠더문제가 현안으로 떠올라 있었다. 하지만 최근 대통령 선거와 지방선거를 거치면서 감춰져 있던 세대 간 간극이 생각보다 훨씬 크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내가 일하는 사무실에도 MZ세대가 있다. 젊은 직원들과 근무하다보면 업무보다는 업무 외적인 부분에서 차이를 발견하곤 한다. 아침에 사무실에 들어서면 가벼운 인사라도 나눴으면 싶은데, 대부분 멀뚱멀뚱 쳐다보기만 한다. 어색한 분위기가 마음에 걸려 내가 먼저 알은체하는 경우가 많다. 나이 든 직원들은 사적인 전화를 할 경우 밖으로 나가서 하는 편인데, 젊은 친구들은 큰 소리로 전화하곤 한다.
그들의 눈에 나는 어떤 모습일까? 아마도 여느 기성세대를 바라보는 눈길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꼰대로 분류되지 않기만을 간절히 바랄 뿐이다. 꼰대는 사사건건 참견하고 어쭙잖은 경험담을 늘어놓는다. 꼰대는 상대방의 마음을 헤아리지 않고, 자기 위주로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나이와 직위를 앞세워 젊은 세대가 거기에 복종하기를 바라며, 반말과 명령조를 즐겨 사용한다. 꼰대는 본인의 생각과 행동이 무조건 옳고 남은 무조건 틀리다고 생각한다. 꼰대는 틈만 나면 주종적, 착취적 인간관계를 만들려고 한다.
과도하게 타인의 사생활에 참견한다. 몇 살인지, 어디 사는지, 부모님이 무엇을 하는지, 차종이 뭔지, 누구랑 사귀는지, 왜 그리 궁금한 것이 많은지 계속해서 물어본다. 적당한 거리를 두고 서로 간의 기본예절을 지켜야 하는데 그 기본을 무시한다. 꼰대는 지나친 의전을 요구한다. 윗사람에게 차문을 열어주고, 대화의 날이라고 포장해서 직원들의 의사와 상관없이 상급 직원과 점심 식사를 강요한다. 내가 설마 이 정도로 막나가지 않았기를, 제발!
기왕 기성세대로 낙인찍혔으니, 한마디 구시렁대자면 젊은 꼰대도 있다. 이들은 젊은 패기만 앞세워 잘 알지도 못하면서 천방지축 어지럽히고 일을 그르치곤 한다. 연이은 실수에도 성찰하지 못해서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단지 육체가 젊다고 해서 청춘이 아니다. 뜨거운 열정과 다양한 생각을 존중하면서 올바른 가치관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그대의 다음 세대에게 생각보다 빠르게 손절 당할 것이다.
MZ세대가 함께 근무하면서 개선된 점도 많다. 사무실에는 여전히 연공서열이 존재하지만, 예전처럼 주변을 눈치 보기보다는 자신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피력한다. MZ세대는 공직사회에 불합리하게 운영되던 초과근무에 대해서 단호하게 반대한다. 일도 하지 않고 단순히 시간을 끌기 위해 근무하거나, 동료 직원이 대신 체크해주던 관행에도 날카로운 비판을 쏟아낸다. 일도 없는데 저녁식사로 시간을 허투루 보내고, 퇴근 시간 이후 헬스장에서 운동한 후 초과근무를 다는 직원들은 미운털이 박힌다. 연가나 출장을 막내 서무한테 대신해달라고 부탁하던 관행도 부당한 업무지시라고 생각한다.
코로나 탓인지, MZ세대 때문인지 분명하지 않지만 직장 내 회식문화도 긍정적으로 바뀌었다. 회식이 희망자 위주로 이루어지고, 술을 먹지 않는 직원들에 대한 강요나, 돌아가면서 하는 건배사도 현저히 줄어들었다.
직장 내 게시판을 보면 세대 간 차이를 가늠할 수 있는 글들이 심심치 않게 올라온다. 때로는 치열한 논쟁이 펼쳐지기도 한다. 특히 그동안 암묵적으로 용인되던 잘못된 관행을 비판하는 글이 자주 띈다. 익명이지만 젊은 직원과 기성세대가 올렸을 게 분명하다. 게시판을 달궜던 글을 편집해서 소개한다.
MZ세대) 내 주장을 강하게 말하거나 비판하면 “예의가 없다”, “버릇이 없다”, “싸X지가 없다”, “MZ세대라서 그렇다”라고 단정하고 비난한다. 나이가 많거나 직급이 높다고 무조건 굽신굽신 해야 되는 시대는 MZ세대를 떠나서 바뀌어야 한다.
배울 게 있으면 나이와 직급에 상관없이 배우고, 이를 제대로 알려주고 ,이해해줘야 한다. 다짜고짜 명령조로 이거 해달라가 아닌 이렇게 하는 것이라고 친절하게 알려줘야 한다. 오히려 기성성대가 MZ세대와 2030세대에 편견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우리는 상식적으로 알고 있는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라는 뜻을 새겨야 한다.
나이가 많은 사람, 팀장, 과장, 국장들이 사무실에 나오면 한가롭게 지내지 않고 일할 수 있는 조직의 체계를 갖추어야 한다. 단순히 연공서열 위주의 업무방식에는 불합리한 부분이 많이 있는 것 같다.
업무 분담이 가장 큰 것이 말단 직원들이다. 이를 개선을 하기 위해서는 조직에 대한 인력구성, 업무분장, 민원처리량, 직렬별 정원 등을 합리적으로 조정해야 한다. 힘들고 어려운 일을 하는 부서에는 인력을 더 배치하고, 상대적으로 덜 힘든 업무를 하는 부서의 인력을 과감히 줄여야 한다. 또 지금의 인력을 가지고 최대의 성과를 창출할 수 있도록 효율적 조직으로 개편해야 한다.
들어온 지 몇 년 안 된 하위직 공무원 급여가 알바 시급에도 미치지 못할 정도다. 9급 및 7급 이하 젊은 직원들이 긴 세월과 피땀 흘려 공부해서 들어온 조직을 떠나고 있다. 이유를 뚝까놓고 말하자면 ‘돈’ 때문이다. 국가와 지방 그리고 시민을 위해 헌신하고 봉사? 열정페이? 아프니까 청춘이다? 이런 말 하는 사람들에게 욕바가지를 쏟아붇고 싶다.
공무원으로 들어온 이유를 묻는다면? 가장 큰 이유는 먹고살기 위해서다. 그다음으로는 일하면서 느끼는 보람이나 봉사일 것이다. 직원을 채용하였다면 업무한 만큼, 이에 대한 합당하고 정당한 대가를 지급해야 한다. 정부에서 정한 기준 내에서 급여 인상이 안 되니 자체적으로 처우개선 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특히 하위직 직원들의 아픔 마음과 애환을 위로하고 어루만져 줄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직원들의 마음이 아픈 것, 업무가 과하게 집중된 것, 자신의 능력에 비해 너무 어려운 업무를 맡게 된 것, 개인적 불편사항 등을 카운셀링해주고 심리적 안정을 찾을 수 있는 정신건강 전문가가 상주하면서 상담을 해줘야 한다.
기성세대) 각 세대는 그 세대 나름대로 정의와 공정의 가치를 가지고 있다. 그 어떤 세대도 정의와 공정을 추구하지 않은 세대는 없었다. 오랫동안 그 시대 맞는 그 나름대로의 정의와 공정을 제도적으로 디자인하고 추진하는 과정이었다.
정의와 공정도 국가를 둘러싼 여러 환경이 바뀌고 사회계층 구성이 다변화되었다. 경제 여건이 급변하면서 그 개념이 조금씩, 아주 천천히, 또는 아주 빠르게 변했다. 그렇지만, 정의와 공정이 유일한 ‘선'이라고 성급하게 말할 수는 없다. 옛날의 그리스 철학부터 지금의 철학에 이르기까지 정의와 공정에 대한 개념이 달랐고, 학문의 분야에 따라서 학자들마다 논리가 상이하다.
예전에는 비정규직의 정규직화가 정의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을 때가 있었다. 그래서 그것이 일부 실현되었다. 불과 몇 년 사이 다시 생각이 달라져 그것은 불공정의 사례라고 여긴 사람들이 다수를 이룬 것으로 보인다. MZ세대가 생각하는 정의와 공정도 달라질 수 있다.
시간이 흐르고, 그 흐르는 시간 속에서 몸도 변화하지만 생각도 바뀐다. 생각이란 두터워지기도 하지만, 깨져서 쪼개지기도 하고 쪼개져 가루가 되어 버린 생각들이 다시 또 다른 생각의 원천이 된다. 기성세대를 공정과 정의에 둔감한 세대로 폄훼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꼰대라서, 공정하지 않은 사람들이라고 기피하는 동안, 누군가는 기성세대의 장점을 파악하고, 그들의 이야기를 경청하면서 간접 경험도 축적해 갈 수 있음도 알아야 한다. 소위 꼰대라고 불리는 사람들은 자기 내공의 소중한 알갱이를 조직 후배들에게 전해줄 마음으로 항상 가득 차 있다. 그런데 꼰대라는 소리를 들으면 그런 마음이 싹 사라지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MZ세대와 기성세대는 서로가 다른 환경과 조건에 놓여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 또 직장 내 세대차이는 단순히 세대 간 갈등보다는 직장의 구조적 모순에서 비롯되기도 한다. 만약 세대 간 간극을 좁히고 싶다면, 자기 세대의 잘못을 바로잡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기성세대는 과거의 장유유서나 연공서열 중심의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무엇보다, “내가 살아봐서 아는데”, “나 때는 말이야”라는 말은 금기어다. 그 대신 “당신의 그 과정을 존중한다”, “당신을 이해하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말해보자. 말이 바뀌면 생각도 바뀐다.
예전에는 당연시했던 위악적인 말투와 행동도 조심해야 한다. 아무 생각 없이 반말을 내뱉고, 손가락으로 까딱까딱 사람을 부르고, 사무실 의자에서 안방 소파처럼 널브러지면 안 된다. 젊은 세대 문제는 젊은 세대가 알아서 성찰하고 바꾸어갈 것이다. 더 이상 말을 늘어놓으면 정말 꼰대가 된다.
어떤 세대에 속하건 서로를 존중하고 배려해야 한다. 단순히 나이가 젊거나 많은 것이 그 사람의 장·단점이 될 수 없다. 나이에 걸맞게 즐기고, 경험을 쌓고, 자기 앞의 삶을 제대로 누리는 것이 행복한 생활이다.
괴테는 나이와 상관없이 “자기 자신이 해낸 것을 즐기는, 그리고 자기 자신이 하고 있는 것을 즐기는 사람은 행복한 사람이다”라고 말했다. 사실 나는 온전히 즐기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나이가 들어가니 나에게 집중하기보다는 쓸데없이 신경이 쓰인다.
젊을 때는 나름 당돌하고 저돌적으로 살았는데, 요즘에는 주변 사람들 눈치를 적당히 살피고 처신한다. 말을 함부로 내뱉거나 부정적인 언사는 가급적 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젊을 때는 옷차림에 별로 신경 쓰지 않았는데, 나이가 들수록 왠지 옷차림이 신경 쓰여서 깔끔하게 차려입으려고 노력한다. 윗사람보다는 젊은 사람들이 좀 더 신경 쓰인다. 그래도 내 또래의 꼰대들과는 좀 다르게 늙어가는 듯해서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