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상속과 한 달 용돈 5만 원의 차이..

내가 알바 더 하랴? 복직할까?? 으응??

by 김태경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막대한 재산을 가진 세계 부호 중 한 명이 "나는 재산의 1%만 자식에게 물려주고, 99%는 사회에 환원하겠다"라고 말한 인터뷰를 읽은 적이 있다. 이 말인즉슨,

"돈이 많다고 반드시 행복해지는 것은 아니더라. 돈 보다 애쓰고 수고해서 번 돈이 주는 보람, 그 과정에서 겪는 깨달음들이 인생에 더 많은 성장과 성숙을 가져오더라. 인생의 쓴맛, 매운맛을 통해 스스로 행복을 찾아나가거라.."는 부모 마음이 담겼을 것이다.

동시대를 사는 평범한 서민의 대명사인 내 입장에서 보자면, 저 부호의 말은 약간 쓰게 다가온다. 그의 재산 1%도 내 살아생전 만질 수 없을 돈일 텐데 그 정도를 자식에게 물려준다면 충분히 많은 돈 아닐까.

만일 내가 내 재산 1%만 자식들에게 물려준다고 한다면 내 아이들은 뭘 할 수 있으려나 모르겠다.


나는 중학생 아들에게 한 달에 5만 원의 용돈을 줘 왔다.

버스카드 충전비와 스터디카페비, 가족과 외식 및 문화생활비, 학원비 등은 제외된 금액이니 아들은 저 용돈으로 보통 음료수와 과자, 배드민턴 체육관 입장료, 가끔 가는 PC방비, 코인노래방비 등 친구들과 동네 여기저기 다니며 먹고 노는 것에 쓴다.

나는 아이들과 '돈'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 '자기 돈'이라는 개념은 없다고 못 박는다.

미성년자인 아이가 부모와 네 돈, 내 돈의 개념을 나누기 시작하면 손해 보는 것은 오히려 아이 쪽이기 때문이다. 나는 자녀가 중학생 정도가 되면 가족 경제 상황에 대해서 어느 정도 인식하는 일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니 일가친척이 건네준 용돈을 내 돈이라 주장하며 원하는 것 사겠다고 달려드는 순간 좋은 소리는 못 듣게 되는 것이다.


큰 아들은 내가 육아휴직을 시작함으로 우리 집 수입이 줄어들었다는 걸 알고 있다.

그래서 둘째 아이가 내게 과자 사달라고 하면 돈 아껴야 하니 참으라고 하기도 하고, 편의점 알바를 하겠다고 하기도 하고 얼마 전 친구들과 롯데월드에 가야 한다며 할인받는 방법을 열심히 검색하기도 했다.

좋아하는 가수의 콘서트가 언제 있는데 티켓 값이 너무 비싼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말을 다 들리게 초등학생 동생한테 하기도 하고, 동생이 포켓몬스터 카드 구매수단으로 활용하는 [포인트 적립제도]에 참여하여 신발정리 100원, 교회 청소 봉사 1500원, 빨래 정리해서 넣기 300원을 모으기까지 했다.


그런 아이에게 내가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엄마가 육아휴직 중이어서 예전보다 수입이 적어진 건 맞지만, 그렇다고 우리가 돈이 없는 것은 아니야.

우리가 사는데 필요한 것들은 할 수 있으니 너무 돈 없다 없다 하지 않아도 된단다"

진심이었다. 수입이 줄면 그만큼 지출을 줄이면 될 일이다. 나는 그렇게 조절하고 있고 마음 강퍅해지지 않을 정도의 충분한 일상생활을 영위하고 있다. 아마도 회사 밖으로 나와 생전 처음 휴직의 시간을 겪으며 물리적, 정신적으로 찾은 안정과 평안이 규모의 경제 문제를 이겨낸 듯하다 ^^


요즘 고민은 이거다.

방학을 맞은 아이는 친구들을 따라 고기 뷔페를 가고 싶어 하고, 친구들이 가는 야구경기장 내야석에 앉고 싶어 하며, 더 실력 좋은 선수 영입을 위해 친구들처럼 피파 현질을 갈망하며, 친구들과 팝콘 먹으며 방학에나 누릴 수 있는 극장 영화, 뮤지컬 관람을 가고 싶어 한다. 설빙에서 팥빙수도 사 먹고 싶고, 떡볶이 뷔페에도 가고 싶어 한다.

친구들과 놀며 함께 가고 싶다는 데 "네 용돈에서 알아서 써라"라고 말하기가 쉽지 않아서 그때 그때 돈을 조금씩 보태 준다. 친구들 다 하고 다 가는데 내 아들만 용돈 모자라 못 가게 하는 게 좀 가슴 아픈지라 어디 간다고 할 때마다 돈을 얹어주고 있지만, 어디까지 언제까지 보태주어야 할지 헷갈리고 있는 중이다.

돈 나가는 게 아까워서라기보다 아이가 돈을 쓰는 것에 대해서 부모로서 마냥 주는 게 맞을는지, 어느 선에서 어떻게 통제 해 나가야 하는지 나 스스로 아리송 해 지고 있다는 게 맞는 말일 거다.


'어떻게 하고 싶은 거 먹고 싶은 거 다 하고 먹으면서 살겠니. 어제 그만큼 했으면 오늘은 절제할 줄도 알아야 해. 없으면 없는 대로, 가진 만큼에서 어디에 우선순위를 둘지 생각하면서 사는 것도 해 봐야 한단다'

세계 부호의 재산 1% 상속 의지와 다를 게 없을 내 마음이다.


며칠 전에 아들에게 들은 말이다.

한 친구의 생일이었는데 친구 2명이 생일 선물로 새로 나온 운동화를 사줬는데 한 사람이 8만 원씩 냈다는 것이다.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당황스러웠다.

생일 선물로는 좀 과하군..이라고 할지 정말 좋은 친구들이군..이라고 할지 잠시 멈칫하다가

"응, 그래..?"하고 말았다.

그리고 속으로 혼잣말을 했다.

'네 친구는 자기 엄마가 낮에 일하는 것도 모자라 이른 새벽에 청소 아르바이트하는 걸 아는지 모르겠구나.

돈이 없어서 하는 게 아니라 쓸 돈이 많으니 이 일 더 해서 아이들 필요한 거 더 해 주려고 한다고 그 엄마가 그러던데..'


경제교육 방향이나 부모자식 관계론 같은 심각한 이야기를 하려는 것이 아니다.

그저 사람들 틈에서 살아가고 때론 살아내야 하는 사회 속에서 아이에게 어떤 생각을 던져 주는 것이 바른 것인지를 잘 모르겠어서 푸념 삼아 써보는 글이다.

자식에게 좋은 것 더 많이 해 주려는 부모 마음에 누가 감히 돌을 던지겠는가

돈은 그냥 생기는 것이 아니며 마치 골룸의 반지와 같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은 마음 역시 당연한 것 아닌가


남은 육아휴직을 반납하고 복직해서 수입 늘려 다른 아이들 다 하는 것 해 보고 싶다면 거 하게 해야 하나?

당근에서 에어비앤비 집 청소알바 찾아서 아이 학원비, 문화생활비 더 마련해야 하는 건가? 하며 순간적으로 잠시 멍해지기도 했다.


사실은..

나도 전설적인 세계 부호처럼 자신 있게 큰소리치고 싶다.

"저는 한 달 용돈 5만 원으로 아이가 자신의 생활을 조절하고 선택해 나갔으면 합니다.

사람에겐 늘 제약이 있어야 하고 그 제약 속에서 우선순위를 정하는 훈련을 해야 하니까요.

늘 풍성한 것만 경험하면 아이의 인생은 망가질 겁니다. 부족과 결핍을 마주하면서 마음과 심지가 강해지고 목표에 대한 열심도 스스로 만들어나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인생의 질은 돈이 아니라 태도와 마음이 결정하니까요"


그런데 이 말을 쓰고 보니, 틀리지도 않은 저 말을 내가 자신 있게 하지 못하고 이렇게 고민하는 이유는 내가 부호가 아니기 때문 아닌가 싶네.

사실 내가 하고 싶은 말의 실상은 이거인거 같다.


"땅을 파 봐라. 100원짜리 하나 나오나.."


어떤 엄마가 쿨하고 멋진 엄마인 거야 대체?? 나는 분명히 알고 있는데 모르고 있는 이 느낌적 느낌이..

암튼 희한하다.

자식이란 건 정말이지 오묘하고 기똥찬 존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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