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다닐 때와는 사뭇 다른 바쁨을 느끼며..
나는 4개의 브런치북을 발행 중이다.
-영화와 드라마를 보며 중얼중얼
-소설을 읽으며 중얼중얼
-우리에게 말을 걸어오는 시
-잠시 전업주부가 된 회사원
매주 월, 수, 목, 금요일에 발행되므로 부지런히 읽고 보고 써야 한다.
지금까지 3-4개월에 걸쳐 글을 연재하면서 나름의 루틴이 생겼다.
브런치 글 연재를 목적으로 소설과 영화를 택하기도 하지만 사실은 뭐든 일단 읽고 본 다음에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들을 쭉 따라가 보는 거다. 그러다가 이 소설, 영화, 시의 스토리와 내 생각이 닿는 지점이 어느 정도 찾아지면 글을 쓰기 시작한다.
[잠시 전업주부가 된 회사원] 연재 글도 비슷하다. 다만 이 글들은 영화, 소설 연재 글과는 다르게 100% 내 속의 이야기들로만 쓰이는 것이어서 더욱더 자연스럽게 나 스스로 내 생각을 관찰하며 글로 써야 한다.
그러려면 물리적 여유가 좀 있어야 하는 듯하다. 스트레스 역시 많지 않아야 생각 관찰에 좋다.
지난주에는 예상 밖 일정이 많이 생겼다.
지방에 살고 있는 동창들을 만나느라 하루를 썼다 (기차에서 글을 쓰는 것이 생각보다 잘 안 됐다).
갑자기 며칠 연속으로 점심 약속이 생겼고, 또 갑자기 저녁에 아들 친구 엄마들의 모임에 나가게 되었다.
게다가 두 아이가 방학을 해서 집에서 아침, 점심을 모두 챙겨줘야 한다.
약 2주 전부터 시작한 온라인 부업(?) 일에도 일정 시간을 할애를 해야 했다.
평소 루틴이라면 아이들 등교하는 오후 4시경까지는 혼자서 집이나 도서관에서 읽고, 보고, 쓰는 일을 마치고 아이들 간식과 저녁 끼니 준비하는 것이 하루 일과였는데 그 루틴에 변수가 발생한 것이다.
이렇게 약간은 정신없는 며칠을 보내고 나니 내가 그간 회사는 대체 어떻게 다녔나 싶을 정도로 체력적으로도 힘에 부쳤다.
결국 금요일 연재 약속을 지키지 못했고, 차주 연재 예정 글도 아무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현재는 시댁에 와서 2박 3일을 보내고 있는 중이기도 하다.
점점 머릿속으로 월/수/목/금요일 글을 연재해야 하는 것에 조급함이 들고 있다. 그래서 루틴대로 생각의 흐름을 따라가 보려고 하지만 배고프다는 아이들, 계속 이동해야 하는 상황, 함께 움직여야 하는 사람들이 있다 보니 잘 되지 않는 것 같다.
수많은 구독자들을 지닌 소문난 작가도 아니고 아무도 기다리지 않을 내 연재일이건만 조급합과 뭔가 잘못함을 느끼는 나를 보고, 수차례 스스로에게 코웃음을 치기도 했다. 이 정도면 독자와의 약속은 소중한 것이라는 <브런치스토리>의 알림은 분명 효과가 있다고 할 수 있겠다. 또 나 역시 몇 개월 간 연재 루틴에 익숙해진 듯하기도 하다. 진심이기도 하고..
그래서 알게 되었다.
글을 쓰는 건 내 생각을 충분히 정리한 후에 쓰여야 마땅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시간 역시 충분히 들여야 한다는 것을 말이다. 그냥 이 말 저 말로 블로그나 인스타 피드 올리는 것처럼 쓸 수도 있겠지만 나는 그러고 싶지 않다. 내 글이 내 생각과 일상의 흔적이면 좋겠고, 나 자신을 위한 일종의 성찰용이었으면 한다.
그래서 생각들을 구역을 나누어 정리하고 구조를 만들어 살을 붙이고 내 삶과 연관되어 있는 것인지를 살핀 후에 쭉 글을 써 내려가는 일이 내게는 필요하고 즐거운 일이다. 그리고 하루가 지나 그 글을 다시 읽으며(마치 다른 이의 글을 읽는 것처럼) 철없는 표현은 없는지, 글로 써진 내 생각이 내가 살고 있는 삶과 동떨어진 허무맹랑한 것은 아닌지, 가식적이고 기교넘치는 단어로 나열된 것은 아닌지를 살피려고 애쓴다.
그리고 반나절 정도를 더 보낸 후 연재를 앞두고 한번 더 글을 읽어낸다. 내 글에 대해 단 한 번도 완전한 만족감을 가진 적은 없지만, '그래. 이 정도에서 끝내보자' 까지는 가야 발행 버튼이 눌러진다.
글쓰기를 배우거나 훈련해 본 적이 없어서 이렇게 하는 게 맞는 것인지 모르겠다 (사실 이런 초짜적 수준의 글쓰기 단계를 나의 루틴이라고 쓰는 것도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하지만 나는 글을 쓰면서 나 스스로 내 생각을 들여다보며 나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니터링할 수 있어서 유익하다. 사람들 속에서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를 다짐하며 생각을 매듭 지을 수 있어서 벅차고 재미있기도 하다. 그리고 그렇게 살아가려고 나름 애를 써 보고 있다.
그러고 보니 글을 쓰는 일은 하루를 사는 일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어떤 선택이든 어느 정도 생각의 시간을 거쳐야 하고, 내게 주어진 역할 수행을 위한 일정한 루틴을 가져야 한다. 그래서 내가 쓰는 글이 내가 사는 것과 동떨어질 수 없는 것인가 보다.
많이 읽어주는 글이 되면 정말 감사하지만 설사 그렇지 않은 평범하고 재미없는 글이라고 하더라도,
모두가 알아보고 귀하다 치켜주는 유명인이나 위인이 아닌 수많은 보통인 중에 하나인 삶이라고 하더라도,
내가 생각하고 쓰는 대로 살아가려 노력한다면,
그 누구도 해 줄 수 없는 생각의 교정과 모니터링이 일부라도 작동되어 잘못된 선택과 실수들을 조금은 줄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 내가 죽은 후에, 내 자식들과 내 친구들이 내 글을 읽고
'아이고 이 글은 이 양반 글이 맞네. 맞아.' 해 준다면 보람되고 뿌듯하지 않을까.
그나저나 오늘 일요일이고, 시댁에 며칠 더 있어야 하는데, 다음주 연재를 어떻게 해야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