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원하는 건 대부분 내게 안 좋을 것일 수도..

슴관의 퇴보를 몸소 겪으며..본성을 재차 확인한 오늘

by 김태경

회사 다니는 동안은 운동에 성공해 본 적이 없다.

헬스도 흐지부지, 필라테스도 흐지부지, 서킷도 흐지부지, 공원 걷기도 흐지부지..

그때는 회사 일 많다. 바쁘다. 애들 봐야 한다. 약속 있다.. 핑곗거리에 그 누구도 뭐라 못했지만(심지어 나조차..) 하지만 육아휴직 중인 지금은 상황이 좀 다르다.


다행스럽게도 나는 육아휴직을 시작한 지 며칠 되지 않아 등교하는 아이와 함께 나가 30분 동안 공원 걷는 운동을 했다. 마라톤 좋아하는 친구가 걷는 건 운동 안되니 뛰라고 조언해 주어 중간중간 뛰는 운동을 추가하기도 했다. 비 오고 약간 피곤한 날에는 집에서 홈트를 하기도 했다.

유튜브에서 만난 뉴욕 사는 빅시스 언니의 몸매와 웃음, 어렵지 않은 동작들은 내게 자극이 되어 꽤 도움이 되어 주었다.


먹는 것 줄이고 운동하니 몸무게가 주는 것은 당연하다.. 는 사실이 내게도 적용된다는 걸 생애 처음 알게 되었다. 덕분에 약 2킬로그램이 빠지고 현상 유지를 위한 운동과 식사량 조절을 이어갔는데...

문제는 이 넘의 여름이었다.

아침에도 내리쬐는 해, 낮에는 말할 것도 없고, 아무도 없는 집에서 불 다 끄고 선풍기 키고 가만히 앉아 있어도 땀이 나는 더위.. 게다가 시댁 며칠 다녀오고 친정식구들과 여행 며칠 다녀오고 나니 운동은커녕 혓바늘이 돋아 영양제를 챙겨 먹어야 할 지경이 되었다.


이제 방학 끝나 아이들 개학했으니, 나도 육아휴직의 2학기를 시작하려고 마음먹었다.

가장 먼저 할 일은 일과 계획과 함께 의지를 곧추 세우고 실행하는 것 아니겠는가.

그래서 다시 아침 운동을 재개하였다.

한강까지 가는 것도 아니고 등산하는 것도 아닌 고작 30분 걷고 중간에 설렁설렁 뛰는 정도였음에도 잠시 쉰 탓에 몸이 예전 같지 않게 느껴진다.

내 육체는 내 몸을 그대로 중력에 내 맡기라 호소하고 있었다. 하루 건너 하루 운동하던 그 루틴은 금세 사라지고 소파와 침대, 의자야 말로 네가 있어야 할 곳이라며 속삭이고, 저녁 식탁에 올라온 김이 모락모락 나는 하얀 쌀밥의 달콤함을 상상케 하며 나를 예전으로 되돌리려고 총공격을 해 왔다.


사실 운동뿐만 아니다.

지난번 자기 계발용 자격증 시험에 낙방하고 한번 더 도전하자 하고 응시했는데,

여름에 놀 거 다 놀고 시험 1주일 앞두고 공부를 다시 하려니 이게 웬 걸, 나른함과 피곤함 무료함이 이루 말할 수 없이 몰려왔다. 누가 보면 사법고시나 외무고시 준비하는 줄 알 거다.


그래서 나는 또 큰 깨달음을 얻고 만다.

모름지기 사람이, 아니 내가 꾸준히 지속해 나갈 수 있는 건 먹고 놀고 눕고 쉬는 것뿐이라는 것을 말이다.

하지만 감사하게도 40대 중반이라 게으름은 인생에 도움 될 것 하나 없으며, 내 인생은 내가 일궈가는 것이고, 의지박약이야 말로 타파해야 할 해악이라는 것을 머릿속으로나마 안다는 것이 유일한 희망이라면 희망이 되어줄 것이다.


몇 개월을 꾸준함으로 일궈왔던 운동 습관은 단 며칠의 헤이함으로 망가졌다.

어린아이와 젊은이들에게 하고 싶은 것 마음껏 하며 살라고 말하지만

정작 자신을 위한 좋은 것은 천성적으로 싫어하는 것이 사람의 본능이지 싶다.


그러니 인생은 아이러니이다.

하고 싶은 것만 할 수 없고, 하기 싫어도 참고 해야 하는 것이 있으며 반복과 꾸준함만이 군살을 만들어 고통을 무뎌지게 해 주니 말이다. 물론 그 과정은 내 삶을 좀 더 방향으로 안내해 준다.


어린아이가 하기 싫은 양치질을 억지로 억지로 하루에 3번이나 하는 것도,

텔레비전과 재미있는 게임을 잠시 미루고 꾸역꾸역 숙제를 해 내야 하는 것도 동일한 이치 아닐까?

오래 건강하게 살기 위해 무거운 몸 이끌고 운동을 하러 나가는 것도,

고칼로리의 음식을 보고 먹기를 포기하며 참아내는 과정도,

소파나 침대에 누워 넷플릭스와 인스타그램만 쳐다보는 시간을 끊어내는 것도 사실은 다 나를 위한 것이니까 말이다.


몸무게를 10킬로그램 빼는 건 죽을 것처럼 어려운 일이지만,

10킬로그램 늘리는 건 1주일이면 된다.

에어컨 시원하게 틀어 놓고 종일 누워 텔레비전 보고 먹고 자는 것만큼 부러울 게 없는 것 같지만,

그것도 나 스스로에게 보상으로 주어지는 것이라야 꿀맛인 법이다.


내가 원하는 건 대부분 내게 안 좋은 것일 수 있다. 내 본성은 그렇다.

그러니 시간을 내서 책상이든 침대이든 앉아 내 하루를 반성해 보고 마음에 걸리는 잘못된 행동과 일들을 수정할 줄 아는 사람이 되어야 본능대로만 사는 삶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것 같다.

도대체 몇 살이 되어야 나를 공격하는 또 다른 수많은 나를 제압할 수 있는 거지?


매일 해가 떠서 새로운 하루가 시작되고, 월요일은 오늘 말고도 또 온다는 것만큼 인생이 주는 위로가 없는 것 같다. 하지만 나는 오늘 이 월요일을 다시 내 인생 후반전의 시작날로 삼고 나를 채찍질해 보려고 한다.

이 시작날의 각오와 실천이 켜켜이 쌓여 내 시간을 두껍게 하고, 인생이 선사하는 경험의 지혜를 저장하여 늘 깨어 있는 맑은 정신을 가진 사람으로 살아.. 보고 싶기 때문이다.


자 자 시작해 보자.

결국 내 의지가 가장 큰 문제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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