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 두 번째 유학

by 서광


2년 만에 어학당을 졸업하고 2002년 국제비즈니스 학과로 일본 대학에 입학했다. 아르바이트와 대학생활을 병행하다 보니 수면 부족과 배고픔, 고됨이 일상이 되었다. 한국은 중국어 붐으로 한국에 귀국해서 직장 생활이라도 하려면 중국어 공부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였다.

일본 대학은 '제미'라고 해서 복수 전공을 할 수 있는 제도가 있다. 난 복수 전공으로 중국어를 선택했다. 한국어로 배워도 어려운 중국어를 일본어 설명으로 중국어를 배웠다.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웃음이 나는 경험이다. 특이한 것은 '제미'를 하고 있는 교수님의 프로필을 보고 학생들이 선택하는 시스템이다. 교수님이 학생들의 선택을 받아 15명 내외 학생들과 주 1회 정도 수업도 하고 MT도 간다. 내가 속해 있던 곳은 여학생 3명, 남학생 10명 정도 되는 '중국어 제미 ' 그룹이었다. 대학 2년 차부터 복수 전공으로 중국어를 일본어로 배우는 특별한 수업을 받았다. 한국인 유학생은 전교생에 딱 3명뿐이었다. 2명의 한국인 유학생은 모자 지간이었다. 어머니가 아들을 너무 사랑한 나머지 같이 동반 유학을 한 것이다. 어학당 시절에도 한국인과 거리를 둔 나에게는 참 좋은 환경이었다.

중국어를 1년쯤 배웠을 무렵, 교내 게시판에 영국, 대만 교환 유학생 모집이라는 글을 보았다. 몇 년을 쉼 없이 아르바이트와 학업을 병행하다 보니 몸도 마음도 많이 지쳐있을 때였다. 모집 요건은 그 나라의 언어를 모국어로 사용하지 않는 자. 1년 생활비와 학비 지원이 조건이었다. 또다시 유학을 하고 싶다는 것보다 1년 동안 생활비와 학비 지원이라는 요건을 보면서 '쉬고 싶다'라는 마음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중국인 동갑내기 절친이 도전해 보라고 권유했다. 인터뷰는 본인이 도와주겠다는 것이다. 담당 교수님도 한국에 귀국하려면 이력서에 도움 된다며 두 번째 유학을 권유하셨다. 다시 맨 땅에 헤엄치고 싶지 않다며 거절했다. 그런데 어찌하다 보니 일본 대학에서는 없던 전례를 만들어 버렸다. 1차 필기시험 후 덜컥 합격! 친구가 적어준 중국어 모의 인터뷰까지 꼼꼼히 암기해서 2차 면접 합격! 열심히 노력도 했지만 운이 좋았었다. 하지만 이곳은 지금까지 전례가 없던 일본 아닌가. 합격한 기쁨도 잠시 순조롭지 않았다.

2005년 2월부터 2006년 2월까지 1년 동안 파견해서 귀국하면 다시 4학년을 다녀야 하는 것이었다. 유학생인 나는 파견 후 귀국하면 학생 비자가 3월 말에 종료되는 상황이었고 취업 아니면 귀국 두 가지 선택밖에는 없었다. 8학점 정도만 남기고 3학년 때까지 모든 학점을 수료했기 때문에, 대만에서 전공학과 학점을 수료해 오겠다는 약속을 하고 귀국 후 나의 졸업 가능 여부를 여러 교수님들이 수 없는 회의를 통해 서류상으로 승인을 받았다. 담당 교수님은 홀로 새로운 환경으로 떠나는 나에게 어렵고 힘들 때 도와주는 사람들에게 줄 선물을 엄마처럼 세심하게 챙겨주셨다. 한국에 계신 부모님도 갑작스러운 두 번째 유학에 놀라기는 마찬가지였다. 홀로 또다시 떠나는 딸이 안쓰럽고 마음이 아프셨던 것 같다. 일본에만 있다가 귀국하기를 원하셨지만, '좀 쉬고 싶다'는 나의 말에 아무 말도 못 하셨다.

일본인과 한국인 그렇게 둘이 2005년 2월 어느 추운 날 대만으로 유학을 떠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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