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 외국인 노래자랑

by 서광


폭우 속에서 시작된 나의 두 번째 유학생활은 도전의 연속이었다.

대만에 온 지 한 달쯤 되었을 무렵 학교에서는 축제 시즌이었다. 교내에 붙어 있는 ‘외국인 노래자랑’ 포스터였다. 나와 같이 온 일본인 친구가 도전해 보자고 제안을 했다. 조건이 중국어로 노래해야 한다는 것이어서 난 말도 안 된다며 거절했었다. 우리의 중국어 실력이란 인사말 정도와 겨우 식당에 가서 메뉴판을 보고 주문을 할 수 있는 정도였다. 유학생들의 중국어 선생님은 누구나 도전해 보라고 계속 부추기는 상황이었다. 중국어로 노래 연습하다 보면 중국어 실력이 향상된다며 교환 유학생 대부분 참가를 원하셨다. 내 삶의 목표도 ‘후회하며 살지 말자’였다. 부끄럽다는 생각이 크긴 했지만, 노래를 잘해서가 아니라 , 한번뿐인 기회이니 도전해 보기로 결정했다. 결정한 이상 잘해 보고 싶었다.

내가 아는 중국어 노래는 일본에서도 인기가 많았던 등려군의 ‘월량대표아적심’, ‘첨밀밀’, ‘야래향’ 세 곡뿐이었다. 다른 참가자들과 노래는 중복되어도 된다고 했지만, 비교되는 것이 싫어 ‘첨밀밀’로 결정했다. 제일 인기 많았던 곡이 ‘월량대표아적심’이었다. 2주 남짓밖에 남지 않은 대회여서 떨리는 마음으로 중국어로 노래 연습에 매진했다. ‘꽃 보다 남자’를 찍을 만큼 캠퍼스가 너무 예뻐서 곳곳에서 노래 연습 하는 친구들이 많았다. 중국 전통 사찰 느낌이 있는 교실도 있어서 예쁜 옷 입고 사진도 찍으면서 즐겁게 나만의 ‘첨밀밀’을 불렀다.

드디어 그날이 오고야 말았다!

친한 친구들이 오늘만은 라이벌이 되는 날이다. 내가 가지고 간 옷 중에서 ‘첨밀밀’에 어울릴 만한 무대 의상을 입고, 헤어 메이크업을 하고, 성큼성큼 무대 앞으로 나가 음악에 맞춰 조금은 떨리는 목소리로 작은 율동과 함께 부끄럼은 온 데 간데 없이 참 열심히도 불렀다. 결과는 참가상만 받았지만, 수 없이 많이 찍힌 사진과 동영상이 추억으로 남았다. 위풍당당하게 도전했던 나 자신에게 무한 칭찬을 해주고 싶다. 아주 작은 용기를 내준 덕분에 중국어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게 되었고, 전공 수업을 듣고 학점까지 받아 올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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