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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체유심조 Sep 03. 2023

잘 먹고 잘 살자

흔히 들 삶이 고달플 때 하는 말이 “먹고 살라고 이러나”라며 자조 섞인 말로써 자신을 한탄하기도 한다. 먹고 산다는 것은 생존과 직결되는 삶의 기본적 요소이다.       

 최근 일본 정부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가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해양 생태계 안전성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국내에서는 오염수 방류 규탄대회와 반대 서명운동이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 수산업자들은 앞으로 닥칠 바다 생태계 혼란으로 빚어질 재앙으로 불안해하고 있다. 바다에 의지해 하루하루 생계를 유지해오던 음식점들도 앞으로 닥칠 어려움이 불 보듯이 뻔한 상황이 되었다. 

 거기다 요리하는데 필수 조미료인 천일염을 먹을 수 없게 된다는 불안감에 각 가정에서는 사재기를 하고 있다. 그동안 소금 소비가 줄어 많은 염전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었는데 지금은 소금창고가 텅텅 비어 소금 값이 금값이 될 정도가 되었다. 나도 불안한 마음에 4포를 사고 나니 왠지 큰일을 해낸 듯한 뿌듯함에 젖기도 했으니 말이다. 

 이렇듯 사람들은 먹거리에 굉장히 예민하게 반응한다. 어떤 불이익을 감수하고라도 행동으로 나서게 되는 것은 먹거리가 생존과 직결 되기 때문이다. 인간의 먹을거리는 기본적으로 자연에서 얻을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일본의 경제적 부담을 줄이기 위해 미래 세대에게 치명적인 피해를 줄 수 있는 원전 오염수 방류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것이다.      

  지금 지구는 기후온난화와 이상 기온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벌과 나비의 개체 수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어쩌다 날아다니는 벌과 나비를 보노라면 반가운 마음이 들 정도다. 내가 사는 지리산에는 벌꿀로 생계를 유지하는 사람들이 많다.  꽃이 한창인 봄, 벌들의 꿀 향연이 벌어져야 할 시기에 벌통이 텅텅 비어있다. 이런 일이 처음이 아니라며 주변 양봉인들이 한숨을 쉰다.  

  자연스러운 생태계 순환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결국 사람 사는 세상도 어려워 질것이다. 우리나라 어디를 가도 대형마트를 쉽게 볼 수 있다. 마트에는 다양한 종류의 알록달록 먹음직스러운 식재료가 즐비하다. 누구든 취향에 맞는 먹을거리를 얼마든지 살 수 있다. 먹을 게 넘쳐나는데 돈이 없어서 사 먹지 못하는 세상이 되었다. 이렇다보니 생태계 교란으로 인한 먹거리의 심각성을 피부로 느낄 수가 없다.      

 결혼 후 12년 동안을 시부모님을 모시고 바깥일을 하며 살았다. 일이 많이 몸이 부대꼈고, 결국 건강에 이상이 생겨서 분가 하게 되었다. 이후 하던 일을 그만두고 오로지 건강에만 신경을 썼다. 보약을 먹고 침을 맞으며 몸을 살려보려 했지만, 한계가 있었다. 그러다 우연히 건강 관련된 책에서 ‘잘 먹는 것이 사람을 살린다’는 글을 읽고 먼저 먹거리부터 바꾸었다. 

 집 근처 친환경유기농 식재료를 취급하는 경남한살림에 조합원으로 가입했다. 경남한살림은 일반 마트보다 조금 비싸지만 믿을 수 있는 먹거리를 제공해주어 신뢰가 갔다. 평소 관심이 많았던 요리를 배우기 위해 요리학원에도 다녔다. 좋은 재료와 내가 직접 만든 음식이 건강을 살린다는 것을 몇 달 만에 몸으로 확인하게 되었다. 

 하루하루 눈에 띄게 건강이 회복되고 몸도 마음도 맑아지며 일하고 싶다는 의욕도 일어났다. 그때부터 먹거리와 관련하여 친환경유기농 전도사가 되다시피 하였다. 다시는 못할 것 같았던 어린이집도 다시 운영할 수 있게 되었다. 아이들에게 친환경유기농 식재료로 식단을 제공하였다. 학부모교육을 통해 좋은 먹거리가 몸 건강과 정신 건강에 얼마나 영향을 주는지도 알려주었다. 학부형들도 몹시 공감하며 먹거리에 대한 인식이 많이 달라지는 것을 느꼈다.      

  내가 직접 경험해봐야 그 사람 심정을 안다고 하지 않는가. 죽을 만큼 아팠다가 좋은 먹거리로 몸과 마음의 건강을 찾고 보니, 먹거리가 훌륭한 보약이라는 확신이 생겼다.  지금은 내 몸이 좋아하는 먹거리로 잘 먹고 잘살고 있다.

오늘도 마당 텃밭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가볍다.

텃밭 채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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