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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조 Jul 05. 2022

떠남과 그리고 정착...

어린 시절부터 떠남에 대해 익숙해진 것 같습니다. 서울 상도동에서 태어나 여의도로 그리고 구미로 다시 서울 압구정으로, 용산으로, 프랑스 파리로, 강서로, 미국 LA,  다시 강서, 전라도 광주, 지금은 용인에서 정착하여 살고 있습니다. 

새로운 장소에 대한 두려움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리 두렵지는 않습니다. 조금씩 익숙해지면 새로운 장소는 익숙한 장소로, 나의 공간으로 연결되니까요. 

지금은 나에게 소중한 가족, 남편과 나의 아이가 있지만 가족 이외의 편하게 또는 서로의 걱정과 행복들을 나누는 이는 없습니다.

새로운 장소에서의 사람들은 있었지만 그 순간뿐 다시 떠나도 그리운 이는 없었습니다. 물론 아쉽긴 하지만 실제적 거리만큼 관계 또한 가깝고 또 멀어지는 것을 이제는 받아들입니다.


한동안의 장마가 끝나고 열대야로 에어컨이 있는 거실에서 에어 매트리스와 침대가 되는 소파에서 잠을 청하고 있습니다. 미국에서 사 온 두 물건은 그곳에서도 이곳에서도 유용하게 사용하고 있네요.


거실에서 다른 방문들을 다 닫고 에어컨을 켜고 부엌과 거실만의 공간에서의 생활은 광주의 원룸 오피스텔을 떠올리게 합니다. 남편의 직장으로 3달의 서울과 광주로의 삶은 시작되었고 이제는 3년이 되어가는 지난 그때의 일입니다. 나의 아이는 요즘 광주를 지금의 거실에서 얘기합니다. 힘들었던 시간들이었지만 담양과 여수 그리고 나주 등 주변을 여행도 하며 광주의 양림동은 저에게는 아직도 좋은 추억이 되어 있습니다.

우리가 있었던 광주의 화정동에서 터미널을 가기 위해 작년의 붕괴사고가 있었던 화정동 아이파크 건설현장 근처를 1년이라는 시간 차로 걸어서 지나갔던 일이며, 회사에서 숙소로 해주었던 오피스텔의 조금은 열악한 환경들까지 이제는 지나간 기억이 되어 가고 있습니다. 그곳에 갈 수밖에 없었던 이유들까지도 이제는 여유롭게 지나버린 기억들이 되어 가고 있네요. 얼마 전 제주도에서 1달 살기를 한다는 광주에서의 한가족들이 완도에서 슬픈 선택을 한 일을 보았습니다. 겨우 초등생이었던 그 아이는 제주도로 가서 산다는 것이 무척 좋아했을 텐데 하며, 우리 가족의 광주에서의 3달을 떠올렸습니다. 

삶을 살다 보면 힘든 고갯길을 넘어야 하고 그 길을 지나고는 조금은 편안함이 다시 또 다른 고갯길을 넘게 되는 일의 연속인 것 같습니다. 가끔은 지난 일에 대한 미련과 연민으로 휘둘리기도 하지만 다시 헤어 나오면서요.

지금은 우리 가족은 용인에서 매일매일을 같이 합니다. 물론 남편의 직장은 서울이지만 서울 강서에서의 강남과 용인 저희가 사는 곳에서의 강남의 거리는 비슷하기에 이제는 매일이 가까운 우리 가족입니다.


저에게는 떠난다는 일도 정착하는 일도 모두 어렵지만 해보면 그리 어렵지 않았습니다. 물론 이제는 흰머리가 점점 많아지고 있어 이제는 정착하기에 더 무게를 두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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