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람 소리에 깨어났어요, 또 하루가 시작됐다는 불편한 상기였죠. 시간이 동시에 빠르게 흘러가고 있으면서도 제자리에 멈춰 있는 것 같아요. 이른 아침의 회색 빛은 저를 유혹하기보다는 매일의 똑같음을 강조하는 것 같아요.
침대에서 일어나기가 힘들어요, 더 자고 싶어서가 아니라, 하루를 마주하는 생각 자체가 너무 버거워서죠. 가슴 위에 무거운 무언가가 있어, 숨 쉬는 것조차 힘겨워요. 천장은 위안을 주지 않아요, 그저 내부의 공허함을 비추는 텅 빈 공간일 뿐이죠.
침대에서 겨우 일어나 아침을 거르고, 커피를 만들어요. 하지만 습관에서 비롯된 것일 뿐, 정말로 원해서가 아니에요. 커피에서 나오는 증기가 무기력하게 올라가고, 저는 그것을 멍하니 바라보며 아무 곳으로도 이어지지 않는 생각의 안개에 잠겨요.
일터에서, 예전에는 감당할 수 있었던 일들이 이제는 산처럼 느껴져요. 이메일은 답장 없이, 마감 기한은 위협처럼 다가오죠.
동료들의 목소리는 멀리서 들리는 소음 같아요. 집중하려고 애쓰지만, 마음은 회색 소용돌이 속에 갇혀, 모든 일이 너무나 벅찬 도전처럼 느껴져요.
점심시간이 되어 혼자 앉아 있어요. 예전엔 혼자 있는 것에서 위안을 찾았지만, 이제는 감옥 같아요. 주변의 수다와 웃음은 제가 속하지 못한 다른 세상의 것처럼 느껴져요, 제 마음을 감싸고 있는 안개를 뚫고 들어올 수 있는 빛이 없어요.
오후도 나아지지 않아요. 시간은 끝없이 느리게 흘러가고, 분 단위로 늘어져요. 몸은 여기 있지만, 정신은 멀리 떠나 있어요. 바깥 세상은 제가 겪고 있는 정지와는 무관하게 자신만의 리듬으로 움직여요.
저녁이 되어도 안도감은 없어요. 집에 돌아와 보니, 고요함이 더욱 크게 느껴져요. 조용함이 귀를 멀게 하고,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요. 요리도, 청소도, 평범함의 기미라도 가져다 줄 수 있는 어떤 것도요. 그저 앉아서, 어디로도 가지 않는 생각들에 잠겨 시간을 보내요.
이제 밤이 깊어가며, 이 일기를 씁니다. 이런 생각들을 표현하는 것이 이상하게도 위안이 되고, 잠시나마 그것들을 형태로 만드는 것이 일시적인 안도감을 줘요. 하지만 그 안도감은 잠깐뿐이에요. 밤은 길고 그림자가 가득한 채로 펼쳐져 있어요. 잠은 결국 올 거예요, 하지만 편안한 것이 아니라, 끝없는 회색의 날들 속 짧은 휴식일 뿐이죠.
이 일기장을 닫으며, 해결책이나 용기 있는 메시지는 없어요. 그저 그림자 속에서 보낸 또 다른 하루의 기록일 뿐입니다. 어쩌면 내일은 다를지도 모르지만, 오늘 밤은 그것이 멀게만 느껴져요.
잘 자요. 아침이 가벼운 마음을 가져다주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