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린 것이 지나간다
한때는 네 숨결로
그렸던 모든 길이
이제는 빈 종이 위
흐릿한 연필 자국
지우개로 문질러도
사라지지 않는
그리움의 등고선
너 없는 세상에
내게 남은 유일한
길 잃은 지도
나는 이 지도를
접지 않고 펼쳐둔다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는
새로운 길을
혼자 걸어가야 함을
알면서도
가끔은 손가락으로
너의 흔적을 따라
더듬다가
추억이라는
미확인 지역에
발을 들여놓는다
/나일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