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린 것이 지나간다
사랑을 안다는 것은
봄날의 햇살이 따뜻할수록
녹아내리는 얼음의 마음을 아는 일이다.
모든 것이 빛나는 순간에도
스스로를 허물어 뜨려야만 하는
아름다운 슬픔이다.
사랑의 아픔은
가장 소중한 것을 품었던 자리에서
어둠이 찾아오는 소리를 듣는 것이다.
텅 빈 손에 남은
찬바람의 기억을
가슴으로 끌어안는 일이다.
마른 나무가 비바람을 맞듯
사랑도 그렇게 온몸으로 겪어내는 것이다.
그 흔들림 속에서
다시는 채워지지 않을
어떤 공간을 배우는 일이다.
사랑이 남긴 상처는
꽃이 진 뒤에 남는 씨앗처럼
우리 안에 남는 무늬다.
어둠 속에서도
새로운 시작을 기다리며
가만히 빛나는 고통이다.
그러니 사랑을 안다는 것은
기쁨과 슬픔을 한 몸에 품고
다시 살아갈 용기를 얻는 일이다.
눈물 속에서
삶의 진정한 의미를 깨닫고
또다시 사랑을 향해
발을 내딛는 일이다.
/나일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