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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립가구 지옥편

플라스틱 유토피아

by 나일주

조립가구 지옥편


1.

그가 마지막으로 본 건

조립 설명서에 그려진

행복한 가족 실루엣


알파벳 없는 그림만으로

평생을 조립해야 하는

저주받은 가구 같았다


"Part A를 Slot B에"

손에 든 렌치가

점점 십자가 무게로

무거워질 때


2.

미로 같은 복도 끝에서

발견한 건

할인 스티커가 붙은

천국의 식탁


"품절" 표지판 아래

누군가의 흘린 땀방울이

알루미늄 다리 위로

굴러내렸다


6개월 무이자 할부로

산 지옥은

반품이 안 된다더라


3.

카트를 밀던 사람들은

모두 같은 얼굴로

자기 모양 나사못을

찾고 있었다


어느 날 문이 잠기자

그들은 비로소

조립되지 않은 채


박스 속에 갇힌

불완전한 신처럼

서로를 바라보았다


/나일주

ChatGPT Image 2025년 10월 31일 오전 06_33_17.p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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