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 유토피아
조립가구 지옥편
1.
그가 마지막으로 본 건
조립 설명서에 그려진
행복한 가족 실루엣
알파벳 없는 그림만으로
평생을 조립해야 하는
저주받은 가구 같았다
"Part A를 Slot B에"
손에 든 렌치가
점점 십자가 무게로
무거워질 때
2.
미로 같은 복도 끝에서
발견한 건
할인 스티커가 붙은
천국의 식탁
"품절" 표지판 아래
누군가의 흘린 땀방울이
알루미늄 다리 위로
굴러내렸다
6개월 무이자 할부로
산 지옥은
반품이 안 된다더라
3.
카트를 밀던 사람들은
모두 같은 얼굴로
자기 모양 나사못을
찾고 있었다
어느 날 문이 잠기자
그들은 비로소
조립되지 않은 채
박스 속에 갇힌
불완전한 신처럼
서로를 바라보았다
/나일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