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 유토피아
1연
그녀가 건넨 장미는
아침편지 대신
편의점 카운터 위에
덜컥 놓여 있었다
투명한 비닐 속
붉은 색은
너무 완벽해서
슬픔이 밀려올 틈이
없었다
2연
"오늘 하루도 힘내세요"
손바닥에 닿은
플라스틱 줄기엔
작은 이물질이
붙어 있었다
장미 가시 대신
미처 뜯지 못한
가격표가
손가락을 스쳤다
3연
쓰레기통에 버려진
그 꽃은
다음 날 아침
새로 온 알바생의
유니폼 주머니에서
다시 꺼내져
다음 사랑을
기다렸다
/나일주
요리의 도, 플라스틱 유토피아-시집 을 연재하고 있습니다. 좋아하는 것은 소설읽기, 좋은 시, 깊은 맛이 나는 요리, 그리고 커피 만들기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