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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닐장미

플라스틱 유토피아

by 나일주

비닐장미


1연

그녀가 건넨 장미는

아침편지 대신

편의점 카운터 위에

덜컥 놓여 있었다

투명한 비닐 속

붉은 색은

너무 완벽해서

슬픔이 밀려올 틈이

없었다


2연

"오늘 하루도 힘내세요"

손바닥에 닿은

플라스틱 줄기엔

작은 이물질이

붙어 있었다

장미 가시 대신

미처 뜯지 못한

가격표가

손가락을 스쳤다


3연

쓰레기통에 버려진

그 꽃은

다음 날 아침

새로 온 알바생의

유니폼 주머니에서

다시 꺼내져

다음 사랑을

기다렸다


/나일주

ChatGPT Image 2025년 10월 2일 오후 04_30_24.p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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