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 유토피아
분리수거장에 버려진
내 20대는
플라스틱도, 유리도 아닌
"기타"로 분류되었다
알루미늄 캔처럼
잘 구겨지지도 않고
스티로폼처럼
가볍지도 않은
영혼의 재질표에
"처리 불가" 도장이
찍혔다
옆 칸에 누워 있던
과거의 사랑은
PET병처럼
투명하게
내 모든 걸 보여주더니
재활용 마크 아래
"이 영혼은 이미
3회 이상 사용됨"
이라고 적혀 있었다
작업장 아저씨가
내게 던진 말
"요즘 녀석들 다 그래
분해가 안 되네"
그의 장갑에는
전생의 추억들이
찌꺼기처럼
얼룩져 있었다
결국 우리는
일반 쓰레기 봉투에
함께 들어갔다
"이건 퇴비가 안 돼!"
하는 소리가
들리던 걸 보니
내생(來生)에도
썩지 않는
플라스틱 인생인가 보다
/나일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