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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활용되지 않은 영혼들

플라스틱 유토피아

by 나일주

재활용되지 않은 영혼들


분리수거장에 버려진

내 20대는

플라스틱도, 유리도 아닌

"기타"로 분류되었다

알루미늄 캔처럼

잘 구겨지지도 않고

스티로폼처럼

가볍지도 않은

영혼의 재질표에

"처리 불가" 도장이

찍혔다


옆 칸에 누워 있던

과거의 사랑은

PET병처럼

투명하게

내 모든 걸 보여주더니

재활용 마크 아래

"이 영혼은 이미

3회 이상 사용됨"

이라고 적혀 있었다


작업장 아저씨가

내게 던진 말

"요즘 녀석들 다 그래

분해가 안 되네"

그의 장갑에는

전생의 추억들이

찌꺼기처럼

얼룩져 있었다


결국 우리는

일반 쓰레기 봉투에

함께 들어갔다

"이건 퇴비가 안 돼!"

하는 소리가

들리던 걸 보니

내생(來生)에도

썩지 않는

플라스틱 인생인가 보다



/나일주

ChatGPT Image 2025년 9월 10일 오후 03_41_26.p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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