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 유토피아
1연
바다가 입을 벌려
내뱉은 청록색 유리병 속,
인어는 틱톡 챌린지 중이었다
"10초 안에 꼬리 50번 흔들기"
시간이 멈춘 채
좋아요 숫자만
파도처럼 출렁였다
2연
그녀의 머리카락은
SNS 필터보다
더 푸르렀는데
유리병 바닥에
쌓인 알약 같은
파란색 알갱이들...
"이게 진주인 줄 알았어"
하며 웃던 그녀 입가에
플라스틱 조각이
박혀 있었다
3연
어느 날부터인가
병 속 공기 대신
미세플라스틱을 마시며
인어는 노래를 바꿨다
"사랑해요~" 대신
"무통장 입금
부탁드립니다~"
유튜브 알고리즘이
추천한 최신 트렌드였다
4연
마지막으로 올린
인생샷 아래
댓글들이 폭풍처럼 몰아쳤다
"대박 미모♡"
"병 속 배경 어디야?"
아무도 묻지 않았다
유통기한이
3년 지난
PET병이라는 걸...
바다가 삼킨 건
인어가 아니라
우리의 '뷰티풀'이었다네
/나일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