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정리

2018. 06. 18.

by 반윤희

책 읽어 주세요 공모에 선정되어 책 배달 서비스를 해보려 했더니 68 가족이 신청했다.
책 140권, 스티커만 권당 5개니 거의 700개의 딱지 붙이기. 엄마 도와주겠다고 발 벗고 나선 민서. 스티커 번호 찾고 테이프 자르고. 꼼짝을 안 하고 저거 다 끝날 때까지 도운다.


자식 키우면서 자식 덕 본다는 말을 오늘에서야 느낀다. 신기하게 테이프가 한 장도 안 남게 딱 완성. 끝냈다.

엄마가 바쁘고 힘들다니까 자리도 뜨지도 않고. 분류기호도 파악해서 청구기호 딱지랑 분류기호 딱지 딱딱 뜯어서 다음책 꺼내면 건네주고. 긴 보호테이프 100장 넘게 가위로 다 잘라주고. 딸이니까 가능한 거다.


아들은 물론 미술학원 다녀왔지만 아마 있었어도 자기 책 읽기 바빴을 듯. 이걸 보면서 내가 왜 또 일을 벌였을까 싶었지만.


조용해 가보니 바닥에서 또 잠든 막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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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 쓰러진 건 줄 알았다. 엄마 도와준다고 힘들었나 보다.


예쁜 우리 딸, 고마운 우리 딸.







내가 다시 엄마가 된다면


나는 도서관을 좋아한다. 그리고 책을 좋아한다. 읽는 것보다 책을 모아두고 전시하는 것을 좋아한다. 어쩌면 나는 교사보다 사서가 더 어울릴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학교 업무를 맡을 때 도서관을 자주 맡았다. 도서관은 규모도 크고 책구입도 해야 하고 도서관 봉사자 관리도 해야 해서 기피하는 업무 중 하나다. 사서교사가 있는 학교라면 모르겠지만 책의 반출입 관리까지 책임져야 해서 조금 귀찮은 업무이기도 하다. 그래도 나는 책과 도서관이 좋아서 도서관 업무를 대부분 학교에서 맡곤 했다.


저 해는 돌봄 교실과 교실을 같이 사용해서 수업이 끝나면 항상 도서관에 가서 오후 일정을 보곤 했다. 책을 사면 학교 소장 라벨지를 붙이는데 대부분 도서 구입하는 곳에서 수임료를 내고 작업을 해서 책을 받는 편이다. 그런데 아줌마 근성이 발동한 나는 책 한 권당 10프로 할인해서 들여놓고 그중 권당 800원 넘는 돈을 라벨작업으로 또 내는 것이 아까워 내가 학교에서 등록작업을 다 해왔다.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돈 아낀다고 인정해주지 않아도 그 돈 아껴서 책 한 권 더 넣는 것이 의미 있고 좋았다. 그래서 어떤 날은 수백 권도 작업이 이어지는 날이 있었다.


저 작은 고사리 손도 손이라도 도와주니 훨씬 수월하더라는. 항상 도서관에서 오후시간을 보내다 보니 집처럼 익숙했던 우리 꼬마들은 저렇게 엎드려 잠이 들기도 했다. 때론 서글프기도 했지만 네가 쉴 곳이 있어서 다행이다 싶은 마음도 있었던 어느 날이다.


여담이지만


우리 민서를 임신했을 때, 작은 학교 마을도서관을 개관한 적이 있었다. 네이버 마을 도서관에 선정되어서 2천만 원 이상의 지원금과 도서를 받았는데 그때 도서관 열면서 내 손을 거친 책들이 2천 권이 넘었던 것 같다. 그래서 그런지 우리 민서는 태어나서 책을 절대로 읽지 않았다. 매일 책장에서 책을 꺼냈다가 꽂았다가 마구 쏟아냈다가 내가 임신했을 때 한 작업을 그대로 하고 있더라는. 이것이 태교의 힘이라나 뭐라나.


다시 엄마가 된다면 절대 책을 넣고 빼는 태교는 하지 말아야지. 열심히 읽었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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