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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윤희 Nov 22. 2023

도치맘

2018. 07. 08.

오빠 숙제하는 동안 둘이서 열심히 종알종알 책 읽기.


서영인 왜 글을 안 읽나 싶더니 얼마 전부터 그냥 글을 쓱쓱 읽고 있다. 글씨 쓰기도 빠른 편이고. 막내라 어깨너머로 보고 배우는구나 싶다. 


민찬이도 가을에 시장기 체육대회 육상 선수 나간다고 낼부터 8시 10분까지 등교해야 한다. 어쨌든 우리 학교서 2등이라 선수자격이 있다고. 겁돌이 요 녀석 또 친한 친구 같이 한다고 하고 싶단다. 정구부, 육상, 풍물부하고 주 2회 미술까지. 누가 시켜서 하라면 하기 힘들일들이다. 지가 좋아 다 한다 하니 엄마만 바쁘게 따라다니겠다.


방학이 없다. 요 녀석 훈련 때문에.


재미있다. 이렇게 잘 자라줘서 엄마가 비서노릇 할 기회를 줘서.


부디 지치지 말고 쉽게 포기하고 싫증 내지 말고 우리 즐겁게 지내보자. 항상 너를 응원한다!!!!






내가 다시 엄마가 된다면


가끔은 그런 엄마들이 부러웠다. 아이가 대회를 나가고 엄마는 차에서 기다리고. 다음 일정을 위해 스케줄을 조정하고 아이가 거둬오는 작은 성과들을 자랑처럼 내어 놓는 그런 엄마들이 부러운 때가 있었다. 엄마가 마치 비서처럼 쫓아다니지만 그 과정이 행복하지 않을까? 뿌듯하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생각으로 나도 저런 거 한 번 해봤으면 싶은 적이 있었다. 우리 집에는 그럴만한 아이들이 없기 때문에 더 그랬을지도 모르지. 그래서 아들이 뭔가 대회에 처음 나가게 되었던 순간의 설렘을 잊을 수 없다. 물론 저 대회에 나가서 꼴찌 바로 앞에 들어왔는데 자기가 꼴찌 안 했다고 얼마나 좋아하던지. 힘들었겠지만 그 순간 자신감이 1단계 상승한 아들 녀석의 얼굴을 보았다. 


작은 기회였지만 그래도 나도 도치맘 좀 되어봤다. 짧아서 즐거웠지 긴 시간 오래 이런 일을 하라면 못 할 것 같다. 뭐든지 한 번 해 봤으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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