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홉. 그래도 학부모님
몇 년 전까지 교원평가라는 것이 존재했습니다. 온라인으로 내 아이의 담임 선생님과 관리자를 평가하는 것입니다. 아이들을 위해 노력하고 애쓰는 과정을 점수로 나타낸다는 점에서 반대하는 입장들이 많았습니다. 상대가 어떻게 평가하든 말든 결과는 보지 않겠다는 분들도 많았습니다. 그런데 저는 그 교원평가가 참 궁금했습니다. 우리 반 어머니들은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내 교육을 어떻게 받아들일까 너무 궁금했습니다. 그래서 그 시기가 오면 은근히 기대되기도 했습니다. 대부분의 부모님들은 저의 교육적 활동을 지지하고 응원해 주셨습니다. 간혹 서운한 글이 있기도 하지만 신기하게도 글을 읽으면 누가 썼는지 딱 떠오르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부모님들은 무기명이라 나인 줄 모르겠지 싶으셔도 글은 사람의 마음을 담고 있으니까요. 대충 누가 쓰셨구나 느낌이 오는 글들도 있었습니다. 좋은 글이든 나쁜 글이든 학부모님의 평가는 내가 교사를 쭉 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어주었고 내가 옳다고 생각했던 것을 다시 돌아보게 하는 기회도 주었습니다.
아이들과 꽃같이 마음이 잘 맞는 해는 부모님과도 마음이 잘 맞습니다. 교원 평가 마지막 해에 만난 아이들의 부모님이 그렇습니다. 학교를 떠나는 마지막 해인 줄 아시는 부모님들께서 다음 해에도 같이 있고 싶다, 우리 아이의 다음 학년 선생님이 되어 달라, 우리 학교에 더 계시면 좋겠다는 글을 써주셨을 때 감동은 아직도 잊히지 않습니다. 다른 학교에 가시면 너무 섭섭할 것 같다는 말씀에 혼자 눈물이 핑 돌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진심은 통하는구나 싶어서 행복한 5년을 마무리하고 나왔던 해입니다.
시대가 변해 갈수록 학부모와 관계는 예전처럼 쉽지만은 않습니다. 왕의 DNA를 타고난 우리 아이를 잘 봐달라 말하는 극성학부모가 있습니다. 어느 하나 소중하지 않은 우리 반 아이들 중 내 아이만을 더 특별하게 봐달라는 부모님들도 있습니다. 그들의 무리한 요구와 무분별한 고소로 하늘의 별이 되신 선생님도 계십니다. 그런 현실 앞에서 학부모님과 잘 소통해 보라는 말은 불가능한 말일수도 있습니다. 손뼉이 마주쳐야 소리가 나듯, 선생님의 노력에 마주쳐주는 학부모님이 계셔야 교실도 선생님도 행복할 수 있습니다. 교사와 학부모는 아이를 키우는 두 명의 부모라고 생각하니까요.
이제 나이가 들어서 우리 반 학부모님이 저보다 어리거나 젊으신 분들로 더 많아지고 있습니다. 나이가 들어도 교실을 지키는 교포교사들에게 '우리 담임선생님은 할머니라서 싫다가' 아니라, '연차가 있으셔서 우리 아이를 더 이해해 주실 수 있겠다'라고 생각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그래도 교포교사에게 남아있는 건 아이와 학부모님 뿐이니까요. 아이들을 잘 키우기 위해 같이 노력하고 애써주실 고마운 학부모님이 남아 있으시기에 교포교사도 조금 더 교실을 지킬 수 있습니다. 덕분에 잘 지키겠습니다. 학부모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