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발탄 1961 감상문

너무 많은 짐, 너무 많은 정체성, 나는 운수 없는 오발탄

by 덴유

오발탄은 6.25전쟁 이후 서울의 상황을 사실적으로 보여준다. 철호는 사랑니 때문에 치통을 앓고 있지만 월급이 넉넉하지 않아 치과에 갈 생각을 하지 못한다. 둘째 남동생 영호는 퇴역 군인이지만 2년동안 일자리를 구하지 못했다. 여동생인 명숙은 양공주가 되었고, 막내 남동생 민호는 학업을 그만두고 신문을 팔러 다닌다. 전쟁 중에 어머니는 미쳐버렸다. 아내는 임신중이고 하나뿐인 딸은 철없이 신발을 사달라고 조른다. 그럼에도 철호는 양심을 지키며 적은 월급으로 가족들을 부양하며 성실하게 살아간다.

명숙은 다방에 갔다가 배우가 된 친구를 만난다. 마담과 대화하는 것으로 봐서 배우가 된 여성도 다방에서 일하던 여성으로 추측된다. 명숙은 배우가 되어 잘 나가던 친구와 자신을 비교하며 다방에 찾아온 영호에게 묻는다. “오빠 어떻게 하면 미칠 수 있어요?” 당시는 미치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는 시대라는 것을 한마디로 보여준다. 영호는 여전히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고 퇴역 군인들과 어울려 다니며 사고를 치고 다닌다. 퇴역 후 사회에 쉽게 융화되고 성공할 수 있을 거라 상상했지만, 사회에서 내가 잡을 수 있는 것은 곰도 멧되지도 아닌 ‘토끼’ 뿐이었고 그 토끼조차 너무 많은 사람들이 노리고 있었다. “그 토끼라는 놈이 20세기의 맘모스란 말이야” 라고 말하는 장면은 그 시대에서 ‘살아남기’가 얼마나 어려운 상황이었는지 보여준다. 영화배우 일이 들어오지만, 자신이 ‘상이 군인’이라 캐스팅되었다는 것을 듣고 격분하여 그 자리를 박차고 나온다. 명숙은 자신이 사랑하던 경식이 퇴역 후에도 자신과 결혼해 주지 않고 머뭇거리자 양공주가 된다.

영호는 우연히 군인시절 알고 지내던 오설희 중위를 만난다. 오설희 중위는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학교를 다니고 있었다. 설희는 건물의 꼭대기 층에 살고 있었다. “높은 데서 나도 내려다보면서 살까해서”라고 말하는 설희의 말에는 권력이 결국 높은 곳에 있음을 암시한다. 높은 곳에서 살면서 학교를 다니기 위해 지하실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설희는 자신을 짝사랑하던 문학 스토커에 의해 살해당한다. 나는 이장면에서 기생충이 떠올랐다. 오발탄과 기생충에서 계층이동이 가능했던 인물은 설희와 기정이다. 둘은 계층이동을 하기도 전에 같은 계급에 있는 사람들로 인해 살해당한다. 상류층의 배제가 아닌 동계급 간의 견제에 의한 죽음이라는 점에서 두 장면이 같은 장면으로 다가왔다.영화의 종반부에서 영호는 은행을 털다 잡힌다. 영호가 경찰에게서 도망가면서 보여주는 모습은 그 시대에서 ‘토끼’를 잡고 싶어하는 하는 혹은 실패한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한 여자가 갓난 아이를 포대기 하고 목을 매어 자살한 모습, 노동 윤리를 주장하는 노동자들의 모습은 너무나도 리얼하다. 아내는 영호가 은행을 털러 가기 전부터 몸이 좋지 않은 듯 바닥을 뒹굴고 있었다. 결국 아내는 아이를 낳고 사망한다. 분명 가슴 아프지만 입이 두개 줄은 것은 철호가 치과에 가서 이빨을 뽑을 수 있는 여유를 주었다. 철호는 동생의 면회를 가고 아내의 죽음을 들은 뒤 치과에 가서 사랑니를 뽑는다. 그리고 정처 없이 돌아다닌다. 철호는 운수 좋은 날을 오마쥬하듯 설렁탕을 사먹는다. 이 후 택시를 타고 해방촌, 대학병원, 서울중부경찰서 등으로 목적지를 옮기며 정처 없이 움직인다. 택시기사는 오발탄 같은 손님이 탔다며 불평하고 철호는 갈 곳 없는, 아니 애초에 잘못 격발된 자신의 모습과 오발탄을 겹쳐보며, 미쳐버린 어머니가 매번 하는 말인 “가자”를 대뇌인다. 철호에게 올라탄 너무 많은 짐(가족 그리고 양심), 너무 많은 정체성,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는 자신. ‘살아남기’가 가장 큰 목표였던 시대를 철호의 곧고 어숙한 선함이 비추는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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