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저는 왜 이렇게
학생 복이 없을까요?
'학생...복'?'
3월, 복도에서 마주친 옆반 선생님이 학급에 유독 힘든 학생들이 많다며 하소연하셨다. 그럼, 그 반 학생들은 '선생님 복'이 있는 건가?
'학생 복'이라는 말을 들은 이후로 나름 스스로를 돌아보게 됐다. 무엇보다 '학생 복'이 있니 없니 하는, 나의 무능을 스스로 까발리는 부메랑 같은 소리는 절대 하고 다니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나아가 아이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내 일이나 제대로 하자고, 내 몸과 마음을 온전히 그 시간과 장소에 쏟는, 정념(正念)의 교사가 되자고 다짐했다.
그렇게 한 달, 내 마음을 다잡고 보니 어느새 우리 반 산만이, 까불이, 투덜이, 울보, 징징이, 찌질이... 전국 1학년 교실 어디에나 있을법한 모든 아이들이 다 예뻐 보이는거였다. 역시 삶은 태도의 문제였던가!
어젯밤 감기 기운이 있어 따뜻하게 푹 잤더니 간만에 몸이 개운했다. 여느 때와는 달리 아침 일찍 몸을 일으켰다. 곧 팬들을 만날 연예인의 마음으로 젤 예쁜 옷을 골랐다. 옷장 안에서 날씨가 풀리기만을 기다려온 자라 흰색 표범 무늬 재킷, 베이비, 오늘은 너다! 몸매가 드러나는 검은색 니트 원피스 위에 세련되고 야성적인 흰색 재킷을 걸쳤다. 봄볕이 세니 선글라스도 썼다.
출근길의 동백꽃과 민들레, 진달래, 철쭉이 그렇게 예뻐 보일 수가 없다. 저 여자는 대체 직장이 어디길래 저렇게 요란하게 차려 입고 가는 거지? 마주 오는 직장인들이 다들 나만 쳐다보는 것 같다. 호숫가에는 오리 가족들이 물그림자를 길게 느려 뜨리며 물놀이를 즐기고 있다. 물 위에서 동동 둥둥, 얼마나 재밌을까.
교실에 제일 먼저 도착해 불을 켜고 우리 반 기쁨이들을 기다렸다. 부모님이 일찍 출근하시는 몇몇 아이들이 들어온다. 그중 우리 반 엉뚱이 여학생 달이가, 나를 보자마자 눈이 휘둥그레진다.
(선생님의 멋짐을
한눈에 알아봤구나!
요런 센스쟁이!)
선생님!!
달이가 이내 내게로 달려온다.
(선생님! 너무 예뻐욧!
라고 말하겠지)
(내 범무늬 재킷을
익숙한듯 쓰다듬으며)
우리 왕할머니랑 광주 할머니도
이 옷 있어요!!
(앗...할머니 두 분이나!
게다가 왕할머니면
최소 80살은 넘으셨을 텐데...)
그.. 래... 할머니들이
정말 멋쟁이시구나!
(우리 나이든 여자들은
이런 자연 닮은 옷을
정말 좋아한단다...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