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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공 Apr 29. 2024

목표가 없어도 괜찮은 삶

 받으면 뭐라고 답해야 할지 곤란한 질문들이 있다. 나에게는 '목표가 무엇이냐'는 질문이 그중 하나다. 우리는 빠르면 유치원생 때부터 00년 후의 내 모습을 그려보라든지, 인생의 목표를 작성하라는 요구들을 지속적으로 받아온다. 그리고 성인이 된 지금은 회사 상사로부터, 면접관으로부터 비슷한 말들을 듣는다. 꽤나 진지하게 고민해 보아도 명쾌한 답은 나오지 않고, 항상 그럴듯한 내용을 지어냈던 것 같다. 


 나의 경우 몇 년 뒤의 모습을 그려보는 일이 좀 어렵게 느껴진다. MBTI 끝자리가 J형인 나는 일정과 계획을 세우고 행동하는 편이다. '8시에 일어나서 11시에 아점을 먹고 1시부터 5시까지는 도서관에서 공부를 하고, 저녁은 장조림을 해 먹어야지. 돌아오는 길에 OO마트에 들러서 진간장을 사야겠다.' 하는 식이다. 당장 오늘 저녁은 뭐 해 먹을지, 내일은 어디서 공부를 할지 정하는 일이 최대 고민인 나에게 인생의 목표를 세우라느니 꿈이 무엇이냐느니 하는 질문은 막연하고 거창하다.  그러니까 나는 늘 계획은 있지만 장기적인 목표는 없는 상태인 것이다.


 명확한 목표를 세우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그 중요성에 관한 이야기는 많이 들었다. 무언가를 해야 할지 모르겠다면 목표를 세우는 것이 첫 번 째고 그 목표가 실천을 부른다고 한다. 생각해 보면 당연하고 맞는 말인듯하다. 그래서 그런 말들을 들으면 불안해진다. 목표가 없다는 게 미래에 대한 걱정이 없다는 말은 아니니까. 나만 뒤처지고 있는 걸까 조바심이 나기도 한다. 한편으로는 진심으로 궁금했다. 다른 사람들은 모두 목표와 꿈을 야무지게 세우고 그것으로부터 동기부여를 하며 살아가고 있는 걸까? 원래 인생을 산다는 끊임없이 목표를 찾아가는 길인 걸까?


 우리 동네에는 초등학교가 하나 있다. 내가 보통 도서관에 가는 시간이 초등학교 점심시간과 겹치기 때문에 운동장에서 뛰어노는 아이들의 모습을 구경할 수 있다. 도무지 지칠 줄 모르고 뛰어노는 아이들을 보고 있으면 나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진다. 공부하러 도서관에 가는 건 신나지 않은 일이지만 가는 길에 아이들을 구경하는 게 재밌어서 그 시간이 기다려지기도 한다. 이처럼 '초등학교 운동장 구경하기'가 꾸준한 공부를 위한 하나의 동기가 될 수도 있고, 소소하게 행복감을 느끼게 하는 일이 될 수도 하다.


 찾고자 하는 마음만 있다면 이런 반짝이는 순간은 매일 하나 이상 발견할 수 있다. 오늘만 해도 신호등이 연속으로 타이밍 좋게 바뀌었고, 백종원 레시피로 만든 장조림은 맛이 좋았고, 누워서 유튜브 하고 싶은 욕구를 이겨내고 브런치에 글을 하나 써냈다. 이런 하루하루가 계속 쌓인다면 목표 같은 게 없어도 꽤 괜찮은 삶이 아닌가 생각했다. 내키지 않는데 그럴듯한 목표를 지어내는 일을 하지 않고 살아도 충분하지 않나 싶다.


 만약 지금 이 순간에 목표를 하나 가져보자면, 그냥 주어진 하루를 행복하게 보내는 것이라고 답하고 싶다. 이게 지금까지 내가 세웠던 목표 중 가장 진심이 담긴 하나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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