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를 3개월에 한 번씩 써도 괜찮을까?
비주기적으로 비공개 블로그를 통해 일기를 쓰곤 한다. 삘 받으면 일주일 간 매일 연이어 쓰기도 하지만 한 번 시기를 놓치면 두 어달은 거뜬히 넘어간다. 나는 그저 일상을 살아냈을 뿐인데, 불현듯 생각이 나 먼지 쌓인 블로그 로그인 창을 후- 불어 제친 뒤 들어가 보면 어떤 때는 3개월이 지나있기도 하다. 나만의 세월 체감 경로 삼천오백가지 중 하나가 바로 블로그 포스팅 공백이다.
브런치 쪽 상황은 더 심각하다. 처음에 글을 쓰기로 시작한 결심이 어떤 마음이었는지 흐릿해질 정도로 속절없이 흘러간 시간이 당황스럽기만 하다. 뭐든 한 번 시작한 거 꾸준히 하면 좋으련만. 그렇다고 해서 누가 뭐라고 할 사람도 없는데 괜히 혼자 찔려 흐린 눈을 하고 어플 종료 버튼을 누른 것만 해도 여러 번이다. 강제성이 없어도 이런데 전업 작가 분들은 어떨지 다들 대단하다 싶다.
이렇게 하루하루 밥을 먹고, 출근하고, 씻고 자고, 눈앞에 주어진 일들을 처리하다 보면 글쓰기와 나의 물리적 정신적 거리는 점점 멀어져 영원히 다시 마주칠 일이 없을 것만 같은 느낌이 든다.
그렇지만 정말 신기하게도, 다시 글 쓰고 싶은 순간이 찾아오지 않은 적은 아직까지 한 번도 없다. 일정한 루틴이 있는 것도 아니고,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것도 아니지만 그냥 기척 없이 불쑥 찾아와 말을 건다.
'지금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지 않아?'
'별 거 아니야, 방금 한 그 생각 그냥 적으면 돼'
글의 계시(?)를 받은 뒤 눈앞에 흰색 메모장을 보고 있자면 잠시 아득한 느낌이 들지만, 검은색 글자를 올리기 시작하면 의식이 또렷해지는 기분이 든다. 최초의 한 줄을 채우고 나면 뒤로는 가속도가 붙는다. 손을 놔서 엄두가 안 나는 어질러진 방을 외면해 오다가 막상 치우기 시작하니 금세 깔끔해졌을 때의 허탈하고도 뿌듯한 기분. 생각의 방 속 물건들이 제 자리를 딱 찾아가는 그 기분이 좋아 글쓰기를 시작했다는 걸 상기했다.
글을 쓰고 싶은 기분은 언제나 찾아온다. 몇 번 튕기다가 못 이기는 척 한 번 응하면 그래도 뭐든 쓸 수 있다. 대상포진에 걸려 잠 못 이루는 새벽에 불쑥 '글쓰기를 못하겠는 마음에 대해 글을 써야겠다'라고 생각한 지금의 나처럼. 언제나처럼 일상을 살아가고 있을 어떤 미래의 나에게 이 글이 작은 응원이 되기를 바라며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