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근처 도서관에서 <일리아스>와 <오딧세이아>에 관한 6주짜리 강좌가, 그것도 무료도 열린다는 광고문을 봤다. 요즘 도서관들의 강의 수준은 확실히 다르다. 유명한 작가 또는 인문학 공동체에서 활발히 강의하고 있는 강사를 도서관으로 초빙하기도 한다. 용인에 있는 문탁네트워크에 있는 강사님이 멀리 찾아오셔서 감격스럽게도 집 가까이에서 강의를 들을 수 있었다.
아무튼 수강했던 강좌에서 다룬 두 책에 대해서 얘기해 보자면, 호메로스라는 작가가 기원전 8세기에 쓴 책들인데 이 책의 주제며 등장인물들이 지금까지 수없이 많은 문학과 사상의 원형이 되었다는 것은 차치하고서라도 (스타벅스 상징마저도 여기서 나왔다) 재미있을 뿐만 아니라 현실을 사는 나에게도 당장 유용한 내용들이 있었다.
창을 쓰는 전사와 활을 쓰는 전사 중에 누가 더 셀까? 일리아스에서는 창을 쓰는 전사가 훨씬 더 높은 지위에 해당한다고 한다. 활을 쓰는 자는 멀리 숨어서도 공격이 가능한데, 창을 쓰는 자는 적의 반격에 노출되는 위험을 감수하기 때문이다. 싸우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자가 더 강자이다. 세상이 어차피 갈등 투성이라면 숨지 않고 두려움을 견뎌낼 필요도 있다고 말해준다. 능력에 자신이 없어 여전히 세상이 두렵다고? 사는 게 내 힘만으로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 신들의 도움에 손 내밀어 보는 것도 추천이다. 일리아스에서는 자기 역량만이 아니라 신적인 도움을 받아 용기를 내고 능력이 세지는 사례들이 수두룩하게 나온다. 때마침 도와주는 인물, 때에 맞춰 불어주는 바람처럼...
신이 어디 있냐며 내 능력만으로 나는 성공도 하고 실패도 하는 거라고 생각한다면 소크라테스형이 한마디 해줄 것 같다. '너 자신을 알라'
일리아스에 나오는 인물들은 자연과 인간의 모습을 하고 나타나는 다양한 신들을 잊지 않는다. 그들은 인간이 관계를 떠나서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일리아스에서 경쟁하고, 싸우고, 죽는 문제가 나왔다면 반면에 오딧세이아에서는 모험을 떠나고, 먹고살고, 돌아오는 이야기가 나온다. 죽다 살아나는 거친 모험을 하게 되는 오디세우스는 이상하게 가는 곳마다 여자들이 "아 저런 남자가 내 남편이라면" 하며 붙잡아 두려고 한다. 오딧세우스를 찾으러 먼 길을 나선 아들 역시 가는 곳마다 환대를 받는 모습을 보며 생각했다. 모험을 떠나는 사람에게는 생의 의지와 활기가 감출 수 없이 드러나서 매력이 넘치게 되나 보다. 나도 모험을 떠나야겠어! 두렵지만 신과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