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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크크코뿔소 Oct 22. 2023

세상이 끝날 것 같아 절망이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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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환경 문제는 그 어느 때보다 이슈가 되었다. 삼삼오오 모여 예년보다 더워진 날씨와 길어진 여름을 토로하다 보면 환경 파괴 때문에 이렇게 되었는데 바로 잡을길이 도저히 보이지 않아 절망스럽다는 결론으로 끝이 나곤 한다.  그런데 인문학 아카데미 '규문'에서 수강하며 만난 이들과는 대화는 거기서 그치지 않는다. 우리가 놓치고 있는 건 무엇인지 좀 더 근본적인 부분부터 살피고자 다양한 시선을 던져 주는 책을 함께 읽기도 한다.


  여기 이에 대해 획기적인 시선을 가진 책이 있어 소개하고자 한다. <세계 끝의 버섯/ 저자 애나 로웬하웁트 칭>은 파괴며 재난과 같은 불안정한 모습이 세상의 기본값이라고 말해주는 책이다. 한술 더 떠, 어느 하나의 생명체에 의해서든, 인간에 의해서든 교란이 되어야 비로소 생태계가 활동을 개시한다고까지 말하고 있다.

 

  화산이나 화재가 휩쓸고간 숲, 아무 것도 살 수 없을 것 같은 추운 고원, 인간들이 싹 다 벌채해버려 사막화가 진행중인 폐허에서 소나무는 자란다. 그리고 그런 소나무를 살게 하는 건 그 어느 곳에서도 붙어 살 수 있는 곰팡이의 한 종류인 송이 버섯이다. 송이 버섯과 소나무가 서로 얽혀 살아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극한의 환경 조건이 필요하며 오히려 울창한 숲의 비옥한 토양은 해가 된다.  

  

  한편 자본주의의 가장자리로 밀려 난 사람들이 자연인처럼 송이 버섯 채집자가 되어 살아가지만 자신도 모르게 값비싼 거대 송이버섯 경제망에 얽혀서 살아가는 모습도 낱낱이 보여주면서 나에게 스스로 질문하게 한다.  망했다 싶은 딱 그 순간에 내가 꽃피워 볼 수 있는 건 무엇일지, 혹은 관계망에 얽혀 살아가는 줄도 모르고 나라는 인간 혼자의 힘으로 성공도 하고 실패도 한다는 무지와 자만심에 빠져 있지는 않은지를. 그러다보면 눈앞의 상황이 최악이다, 폐허라 여겨진다해도 절망하고 있을 게 아니라 그 어느 곳에서도 삶을 피워내는 곰팡이처럼 나도 해봐야겠다는 의지가 생겨나기도 한다. 소나무와 밤나무에 높고 낮음이 없듯 우리가 살아내는 어떤 삶에도 위계가 없을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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