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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크크코뿔소 Oct 22. 2023

동네 체육 센터 수강기

테 테레레테 테니스! 남친과 헤어지게 된 이유는 많지만, 또 잘 모르겠기도 해서 눈에 자꾸 띄는 뱃살 탓을 하게 됐다. 그래서 운동을  시작하게 됐다. 점심 시간에 근처를 돌아다니다 텅 빈 초록색의 테니스 코트를 발견했고 영국 귀족, 태닝된 팔다리, 테니스 공의 통통 튀는 경쾌함 같은 것들이 떠올라 기분 좋게 등록했다. 그 뒤로 일주일에 두 번 점심시간에 테니스를 배웠다. 좀 지나고 보니 기대했던 것들과는 다른  종류의 장점을 발견했는데 그건 귀족도 아니고 태닝도  아니고 바로 타격감이었다. 공을 힘껏 탕탕 때려치면 화가 좀 풀렸다. 코치님은 그때마다 “홈런이네...”라고 하며 날 어이없게 바라보곤 했다. 그리고는 코트 끝에서 끝으로의 좌우 달리기 시간. 쏟아지는 공을 왔다 갔다 받아치다 보면 땀이 어마어마하게 나서 옷을 짜면 땀이 떨어질 정도였다.


살이 사킬로 빠졌다. 일주일에 두 번씩 땀을 한 바가지씩 쏟았으니 유산소운동을 제대로 한 셈이지만 테니스 실력에 대해 물으면 할 말이 없다. 4개월을 배웠는데 나는 늘 새로 들어온 수강생과 짝이 되어 공을 주고 받아야 했다. 


그리고 배운 탁구. 공을 치는 타격감을 즐기는 것을 알았으니 다루기 어려운 테니스공에서 좀 더 작고 가벼운 공으로 바꿔봤다. 테니스 코트와 탁구대 사이즈를 비교해봤을때 그 차이만큼 만만해 보였달까. 

그런데 탁구는 사실 타격감을 노리고 하면 안되는 운동이었다. 보기에는 공을 때려 맞추는 것 같은데 처음 몇 달 동안 반복해서 배우는 자세는 그냥  "지나가는" 자세였다. 일정한 각도로 접은 오른팔로 왼쪽 눈썹까지 그냥 지나가듯 팔을 휘둘러야 되고, 그때 공이 지나가는 내 라켓에 맞으면 상대편 테이블로 넘어가는 방식이었다. 공을 맞추는 것을 목표로 힘을 주면 잘 되지 않는 운동이었다.  단지 라켓을 잡은 팔을 일정하게 꾸준히 휘두르기만 하면 되는데 자꾸 맞추려고 하다가 코치님께 지적을 받곤 했다.

 

힘 빼고 일정하게 움직이기, 그러다 보면 목표가 이뤄진다? 이건 다른 일에도 적용할 수 있는 치트키 아닐까. 맞은편에서 공이 날아올 때마다 긴장하지 않고 내 리듬대로 팔을 그저 지나가게, 지나가게 휘둘다보면 이건 그저 탁구의 비법만이 아니라는 생각이 자꾸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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