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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크크코뿔소 Jan 10. 2023

절에 들어가고 싶을 때 쓴 글 2

내가 정한 방향으로 나아가기

이제 어떤 새로운 인식을 가지고 살아갈지 내가 정해야 한다.  문제에 있어서 부처님이 주신 답은 이렇다.


                     ‘없다’에 의지하여 거센 흐름을 건너십시오.

                                                                -<숫타니타파> 우빠씨바의 질문편     


‘없다’에 의지하라는 말은 우리가 의지할 유일한 것이라고는 ‘그런 건 없다’는 사실뿐이라는 것이다.


이어서 팔정도라는 구체적인 실천 방법을 통해 괴로움을 되풀이하는 그 거센 흐름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하셨다. 팔정도 중에 첫째인 ‘정견’은 전제를 바르게 둘 것을 말한다.


올바른 생각에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다.


무의식은 끊임없이 내 안에 정체되어 있는 것들을 말하고 싶어하기 때문에 내가 할 수 있는 건 무수히 일어나는 생각들 중 어떤 생각에 주의를 기울일까 정하는 것뿐이다.

무시당하는지에만 쏠리게 되는 생각들을 흘려보내고 ‘그런 건 없다’라는 전제를 떠올리는 것이다.

사랑받으려는 욕망이 일으키는 수많은 생각들에 휩쓸리지 않고 내가 꿈꾸는 사랑이란 상 ‘그런 건 없다’고 주의를 돌려보는 것이다.


  무시 대신 사랑받을 것에 “집착하다 보니 현재를 살면서 현재로부터 소외된 삶을 살게 되어 불만족스러운 자기를 경험할 수밖에 없“었다.-<그냥 좋아하기>정화스님 지음,p.55) 정작 지금 순간에 내가 원하고 내게 이로운 것에 에너지를 쏟지 못했다. 부정적인 것을 감지하는 능력만 나날이 향상되었고, 나로부터 소외된 나는 성장하지 못한 상태로 머물렀다.

  그나마 어리숙한 내가 지금껏 살아 있는 건 나의 불평불만에도 아랑곳없이 묵묵히 나를 길러준 이 세상 인연들인데 몰라봤구나 하는 마음도 어느샌가 솟아난다.


  이제 나는 나를 밝게 살리는 길로 인도하고 싶다. 나를 살리는 길이란 다름아닌 무시도 인정도 없는 길이다. 무시와 애착 관계가 어색해져버릴 그곳은 바로 우정과 연대의 길이다.  길에서라면 나의 모습 그대로  걸음씩 세상과 인연 맺기가 가능할  같다.

  관계 맺기라니! 그런 거에 자신없어서 지금까지 혼자 살았는데 라며 숨고 싶는 마음이 불쑥 올라오지만, 이대로라면 혼자 식당에도 못 가는 독거노인으로 가는 길은 확정이다.


  물살에 휩쓸리듯 무시와 인정 욕망에 평생 온몸을 떠맡기던 사람이 방향을 튼다는 건 쉽지 않을 것 같다. 그러나 휩쓸리려는 매 순간 ‘살 길은 이쪽이야‘라고 주의를 돌리며 스스로를 다독이려 한다.  그렇게 한걸음, 한걸음 외로움과 괴로움의 흐름에서 벗어나야 겠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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