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sappear - 뮤지컬 < 디어 에반 핸슨 > OST
몇 년 전부터 어머니를 따라서 뮤지컬을 종종 보러 다니고 있습니다. 주변 사람들에게 이런 취미를 밝히면, 이야기 도중에 등장인물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노래를 하는 모습 덕분에 뮤지컬은 몰입이 안 된다는, 속된 말로 '항마력이 딸린다'는 말을 자주 듣습니다. 그럴 때마다, "노래가 이야기의 일부가 된다는 게 얼마나 멋있는 건데." 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저는 노래도 하나의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꼭 뮤지컬 노래가 아니더라도, 가수가 전하는 말이 있고, 그것을 듣는 청자가 있으니까요. 오히려, 이런 점에서 노래는 말보다는 글과 더 비슷할지도 몰라요. 단순히 오고 가는 말보다는 좀 더 일방향적이지만, 동시에 더 큰 울림을 주기 때문입니다.
아무튼, 노래가 하나의 이야기라는 말을 하고 싶어서, 이 브런치북의 첫 번째 이야기로 뮤지컬 노래를 고르려고 했습니다. 가장 이야기에 근접한 장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첫 번째로 생각난 것이 이 노래였어요.
뮤지컬 < 디어 에반 핸슨 > 은 각자의 부족함을 안고 살아가는 여러 인물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세상을 향한 마음의 창을 닫아버린 에반, 그런 에반과 소통하기를 포기해버린 에반의 엄마 하이디, 남들에게 끝내 이해받지 못한 코너 등등. 그들은 서로 상대방의 결핍을 겪어보지 못했기에 결코 상대를 이해하지 못하죠. 결국 사건은 꼬일 대로 꼬여 버리고, 아슬아슬하게 삐걱대는 서사 속에서 예정된 파국은 찾아옵니다.
그런 이야기 속에서, 이 극이 전하는 말은 분명합니다.
"사라져도 되는 사람은 없다."
극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에반과, 죽음으로써 극의 시작을 알리는 코너의 결핍이 이것이었거든요. 남들에게 잊히고, 이해받지 못하고, 결국 누구에게도 기억되지 못한 채 사라지는 것.
여기서 사라진다는 건 단순히 기억되지 못하는 것뿐만 아니라, 앞서 말했던 부족함을 남들이 제대로 바라봐주지 않는다는 것도 의미합니다.
저는 코너와 에반이 두려웠다고 생각합니다. 자신이 부족해서, 세상에서 사라지는 것을요. 누구도 부족한 점까지 포함한 자신을 받아들여주지 못하는 것을요.
극에서 에반의 행동이 용서받을 수 있는지에 대한 의견은 정말 반반으로 갈리는 것 같은데, 저는 그런 두려움에 어떻게든 저항하려는 처절한 노력 정도로 에반의 행동을 이해해주고 싶습니다.
주변에 그런 사람이 있지 않나요. 어딘가 나와 다른 점이 있어서 다가가기 꺼려지거나, 지나치게 소심하고 자신을 숨기려고 하는 사람. 그들도 여러분이 자신의 다른 점까지 너그럽게 받아들여주기를, 자신에게 다가와주기를 바라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여러분과 아주 가까운 사이에 있는 사람일지라도 마찬가지로요.
오늘의 노래
Disappear - < Dear Evan Hansen >
You Will be Found - < Dear Evan Hanse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