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ero - < 주먹왕 랄프 >
두 번째 이야기에서는 디즈니 OST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디즈니 하면 떠오르는 건 뭘까요. 멋지거나, 매력적이거나, 아니면 흥미로운 사연을 가진 주인공, 그리고 그 주인공이 그리는 이야기. 마지막으로 그 모든 것과 잘 어우러지는 음악을 빼놓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어떤 이야기에는 항상 악역이 등장하기 마련이죠. 저는 디즈니가 그런 악역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능력이 아주 탁월하다고 생각합니다. 항상 멋있는 주인공이 아니라, 어쩌면 그런 이들보다도 매력적인 이야기를 품은, '나쁜 사람들'의 이야기가 어떨 때는 더 깊은 울림을 주기도 하거든요. < 크루엘라 > 나 < 말레피센트 > 시리즈 등의 영화를 보셨다면 잘 짜여진 빌런이 얼마나 매력적인 주인공이 될 수 있는지 이해하리라고 생각합니다.
오늘의 이야기는 그런 영화들의 원조 격이라고 할 수 있는, 가장 디즈니스럽지만 가장 디즈니스럽지 않은, 우리 모두의 악역이자 주인공 랄프의 이야기를 담은 < 주먹왕 랄프 > 입니다.
영화에서 랄프는 Fix it Felix 라는 게임 속의 최종 빌런으로 등장합니다.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 게임의 주인공은 랄프가 부숴놓은 걸 고치는 '펠릭스'죠. 그리고 우리의 랄프는, 당연히 누구에게도 환영받지 못하는 악역입니다.
그런 랄프는 주인공이 되기를 꿈꾸고, 다른 게임에 들어가지만 큰 사고를 칩니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죠. 랄프는 뭐든 부술 줄만 알고, 덩치는 크지만 제대로 하는 건 없기 때문입니다.
그런 랄프가 자신의 인생에 대해 한 줄 평을 남긴 것이 이 노래라고 생각합니다.
" 내 인생은 빵점짜리야. "
노래 내내 반복되는 이 부분이 왜 그렇게 울림을 주는 건지 생각해봤는데요, 아마 모두의 인생이 백 점은 아니라서가 아닐까 싶습니다. '펠릭스'나, 심지어 다른 디즈니 영화의 주인공들처럼, 멋지고 감동적인 삶을 살 능력이 우리에게 있는 건 아니니까요. 우리의 삶이 하나의 파동을 그린다면, 백 점보다는 랄프의 인생에 가까운 순간이 더 많을지도 몰라요.
제 인생이 빵점에 가까울 때, 저는 이 노래를 듣습니다. 그리고 랄프를 생각하려고 합니다. 주인공의 삶을 살고 싶었으나, 뭐든 부수기만 해버리는 자신을 바라보는 그의 슬퍼 보이는, 못생겼지만 귀여운 면이 있는 얼굴을 떠올려 봅니다.
저는 그에게서 약간의 위로를 얻으려고 하는 것 같습니다. '너도 빵점짜리 삶이구나.' 라며 말이죠. 그리고는 결국 결말에서 빵점짜리 인생의 주인공이자 영화의 주인공이 된 우리의 랄프를 생각하면, 노래의 하이라이트는 제게 이렇게 들려요.
" 내 인생은 빵점짜리야. 그런데 뭐? 빵점이지만 나아질 수 없는 건 아니야. "
실은 이 노래는 원편이 아니라 주먹왕 랄프 2편의 주제곡이지만, 비슷한 주제를 다루는 만큼 1편을 생각하면서 들어도 좋습니다:)
오늘의 노래
Zero - Imagine Dragons
노래 자체에 대한 이야기도 해보고 싶은데, 영화 OST 를 골라오다 보니 어쩔 수 없이 내용을 많이 다루게 되는 것 같습니다. 디즈니 OST 에 대한 장이 끝나면 다른 노래들에 대한 말도 나눠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