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각시나방
가을이 깊어지고 있다. 아니, 겨울이 오고 있다고 하는 것이 더 맞는 말인지 모르겠다.
단풍이 물들고 낙엽이 떨어지는 이 계절에 나팔같이 작고 예쁜 꽃을 피우는 꽃댕강나무를 발견했다.
인터넷에 찾아보니 꽃댕강나무는 댕강나무룰 원예품종으로 개발한 수종이라고 했다.
가지 끝에 옹기종기 모여 피는 꽃이 참 귀여웠다.
늦가을에 피어 있는 이 예쁜 꽃을 찍고 있는데 커다란 뭔가가 내 앞으로 바쁘게 휙 지나갔다.
앗! 이것은 자연 다큐멘터리에서 보던 벌새가 아닌가.
엄지 손가락만 한 녀석이 정지비행을 하며 꿀을 빨고 꽃 여기저기를 바쁘게 옮겨 다니고 있었다.
녀석이 움직이는대로 폰 카메라 셔터를 눌러댔다.
자, 여기서부터 눈 좋은 분들은 한번 찾아보시라.
꽃댕강나무의 꽃을 열심히 왔다 갔다 한 이 녀석의 정체는 인터넷을 찾아보고 알게 되었다.
벌새와 착각하게 되는 박각시 나방이라는데 나비도 아니고 나방이라니 조금 섬뜩(?)했다.
어쩐지 벌새는 주둥이가 하나인데 얘는 앞쪽에 주둥이 같은 게 3개가 있어서 뭔가 했더니 더듬이였던 것이다.
자세히 보니 눈도 조금 무서웠다.
귀엽고 깜찍한 벌새를 순간 포착했는 줄 알고 신났었는데 나방이라니..
추억의 만화 "날아라 슈퍼보드"의 사오정이 생각났다.
무엇보다도 벌새는 남, 북 아메리카 열대지방의 삼림이나 수풀에 산다고 했다.
정지 화면으로 보니 둘은 다르게 생겼지만 나는 모습을 보면 착각할 만하다.
늦가을, 그래도 쉽게 볼 수 없는 박각시나방을 만날 수 있어서 좋았고, 귀여운 벌새는 우리나라에 없다는 사실을 제대로 알게 돼서 조금은 아쉽기도 했다.
위 문제의 정답 코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