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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자연과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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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담은그림 Oct 27. 2022

시골 버스 정류장에서

나비를 만나다

엄마를 보러 갈 때 대중교통으로 버스를 이용하는데 세 번을 갈아탄다.

물론 지하철이 빠르고 편리하지만 창밖의 바람을 맞으며 바깥을 볼 수 있는 버스가 좋다. 

서울 버스지만 시골 구석구석을 달린다.

나에게는 사색할 수 있는 버스 안에서의 한 시간이다.


엄마를 보고 시골 버스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린다.

배차시간은 20분이라 한번 놓치면 한동안 기다려야 한다.

언덕 위에 있는 버스정류장에 내가 타야 할 버스가 눈앞에서 지나갈 때가 많다.

하지만 절대 뛰지 않는다. 힘들기도 하고.

까짓것 20분 기다리지 뭐.


느긋하게 버스 정류장에 앉아 있는데 나비가 버스정류장 안으로 날아들었다.

3면이 유리로 된 그곳에 들어온 나비는 자꾸 부딪히며 출구를 찾지 못했다.

버스 정류장 유리가 없는 아래 틈새로 양산을 흔들어 나비를 몰았다.

나비는 내 뜻대로 되지 않았다.

양산에 부딪혀서 죽을까 봐 신경 써서 몰았는데 오히려 버스정류장 구석 거미줄로 인도하고 말았다.

순간 나비가 거미줄에 걸렸을까 봐 식겁했다.

나비야, 그럴 의도 아니었다..

어찌어찌해서 밖으로 빠져나간 나비.

언덕 위에 있는 유리로 된 공간이라 풀밭에서 놀던 날벌레가 들어오면 빠져나가지 못할 듯했다.

빠져나간 나비는 밖에서 기다렸던 나비의 짝과 함께 날아갔다.

다시는 유리창 너머로 들어오지 마라 나비야.

나비랑 술래잡기하다 보니 어느새 버스가 금방 도착했다.

한편으로 버스 정류장 구석에 살고 있던 거미에게 미안하다.

저번 무당벌레 사건도 있고, 이번에 또..

벌레를 잡아다가 거미줄에 붙여줄 수도 없고..

미안해서 어쩌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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