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님, 조금 늦게 오세요.
겨울이 시작된다는 절기인 입동도 지나고 첫눈이 온다는 소설도 지났다.
24절기 중 이제 12월에 대설과 동지 두 절기만 남았다.
동면에 들어갈 건지 살이 포동포동 오른 길냥이가 기지개를 켜며 쓰러진 나무에 발톱을 박박 갈더니 낙엽 더미를 헤치며 어슬렁 거린다.
한 여름 뜨거운 햇볕을 막아주던 그늘막도 '시린 겨울 지나 봄이 오는 그날 다시 만나요'라는 정감 있는 글귀가 쓰여 있는 가방에 쏙 들어갔다.
비탈진 산책로에는 한파와 폭설을 대비해 벌써 염화칼슘을 가져다 놓았다.
한낮은 따뜻하다.
아직 가을은 우리 곁에 남아 있는 것 같다.
어디서 향긋한 꽃냄새가 나길래 누가 향수를 잔뜩 뿌리고 지나갔나 생각했는데,
산국화였다.
무리 지어 피어나 향기가 참 좋았다.
예쁜 꽃도 화려한 낙엽도 다 지고 볼 것 없는 늦가을인 줄 알았는데, 노란 산국화가 숲과 산책길을 가득 채웠다.
그러고 보니 장미도 아직까지 피어있고,
나팔꽃도 아직 자신의 존재를 알리고 있다.
철 모르는 개나리도 피었고,
명자나무 꽃도,
철쭉도 피었다.
아직 날이 따뜻하다고, 벌써 봄이 온 거 아니냐고 철 모르는 꽃들이 물어온다.
아직 봄 같은 가을 날씨다.
하지만 이번 주말부터는 추워진다던데..
벌써 꽃 피운 녀석들과 꽃이 아직 지지 않은 녀석들.
얼어 죽는 거 아닌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