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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자연과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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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담은그림 Nov 25. 2022

아직 가을, 혹은 봄

겨울님, 조금 늦게 오세요.

겨울이 시작된다는 절기인 입동도 지나고 첫눈이 온다는 소설도 지났다.

24절기 중 이제 12월에 대설과 동지 두 절기만 남았다.

동면에 들어갈 건지 살이 포동포동 오른 길냥이가 기지개를 켜며 쓰러진 나무에 발톱을 박박 갈더니 낙엽 더미를 헤치며 어슬렁 거린다.

한 여름 뜨거운 햇볕을 막아주던 그늘막도 '시린 겨울 지나 봄이 오는 그날 다시 만나요'라는 정감 있는 글귀가 쓰여 있는 가방에 쏙 들어갔다.

비탈진 산책로에는 한파와 폭설을 대비해 벌써 염화칼슘을 가져다 놓았다.


한낮은 따뜻하다.

아직 가을은 우리 곁에 남아 있는 것 같다.

어디서 향긋한 꽃냄새가 나길래 누가 향수를 잔뜩 뿌리고 지나갔나 생각했는데,

산국화였다.

무리 지어 피어나 향기가 참 좋았다.

예쁜 꽃도 화려한 낙엽도 다 지고 볼 것 없는 늦가을인 줄 알았는데, 노란 산국화가 숲과 산책길을 가득 채웠다.

그러고 보니 장미도 아직까지 피어있고,

왼쪽  22. 9. 14                    오른쪽  22. 11. 24

나팔꽃도 아직 자신의 존재를 알리고 있다.

왼쪽  22. 9. 24                    오른쪽  22. 11. 21

철 모르는 개나리도 피었고,

22. 10. 28

명자나무 꽃도,

22. 11. 16

철쭉도 피었다.

22. 11. 23

아직 날이 따뜻하다고, 벌써 봄이 온 거 아니냐고 철 모르는 꽃들이 물어온다.

아직 봄 같은 가을 날씨다.

하지만 이번 주말부터는 추워진다던데..

벌써 꽃 피운 녀석들과 꽃이 아직 지지 않은 녀석들.

얼어 죽는 거 아닌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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