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눈에만 보인다
동그란 두 눈, 까만 작은 코, 귀가 이어진 형상.
그것은 분명 곰돌이 얼굴이었다.
언제부터인가 시선을 돌릴 때마다 쓱 나타나는데 흰 벽에서 유난히 잘 보인다.
의학용어로는 비문증.
나이가 들어 눈 안에 이물질이 쌓여 수정체에 보이는 것이다.
희한하게도 예전부터 내 눈에는 뭐가 잘 들어갔다.
눈이 크지도 않은데 뭔가가 튀었다 하면 꼭 눈에 들어갔다.
눈의 노화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대표적 병명 노안.
수정체가 늙어서 초점을 맞추기 힘든 증상이다.
겉으로 보이는 얼굴은 꾸미고 가꾸면 나이를 정확히 맞추긴 힘들지만, 명함이나 글자가 적힌 메모지를 건네면 나이가 금방 드러난다고들 한다.
명함을 들고 눈앞에서 밀고 당기며 초점을 맞춘다.
지금 내 눈 상태가 딱 그렇다.
내 눈이 이렇게 나빠졌나?
글자가 또렷이 보이지 않는다.
초등학교 때는 안경 쓴 친구들이 부러워, 잘 보이는 글씨도 괜히 안 보이는 척하며 안경을 쓰려고 했었다.
30대쯤엔 컴퓨터 작업 때문에 보안경을 맞추러 시력검사를 하고 나서야 난시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이 들어 막상 안경을 쓰니 왜 그렇게 불편하던지.
어릴 때 철없던 생각이 부끄러웠다.
난시교정 안경은 생각보다 너무 어지러워서 정작 써야 하는데도 귀찮아 맨 눈으로 다니고 있다.
잠잘 때 빼고는 쉴 새 없이 외부의 빛을 보고 정보를 받아들이는데 고생한 내 눈.
40년 이상을 썼으니 그럴 수밖에..
게다가 요즘엔 대형 TV에 컴퓨터, 스마트폰의 화면을 보느라 눈을 쉼 없이 혹사시켰으니..
눈아,
미안해.
좋은 것만 보고, 좀 더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내가 노력할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