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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담은그림 Aug 28. 2021

피부

비타민

이때부터였다.

얼굴에 알 수 없는 발진이 생겨나 3개월마다 피부과 항생제를 먹어야 했다. 

https://blog.naver.com/m2i1004/220533317050


그게 벌써 5년 째였다.

피부과에서 피검사 결과 다른 건 다 정상인데 비타민D 수치가 현저히 낮다고 했다.

수치 30이 정상이라면 20 정도는 부족인데 나는 5가 나왔다.

비타민D 부족.

학교 다닐 때 각종 비타민 부족의 증상에 대해 배웠던 기억이 났다.

 '비타민D는 햇볕을 쐐야 얻어지는 비타민으로 부족할 때 그루병이 걸린다.'

의사는 뼈가 약해져 골다공증에 걸릴 수 있으며 면역력 저하로 비염이 생기고 피부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했다.

5년 전부터 지속됐던 비염과 원인 모를 피부질환이 5년간 형광등을 빛으로 삼아 살았던 반지하방 때문 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뱀파이어도 아니고.

사실 햇빛이 싫어 피해 다닌 건 아니었는데...


예전에 조카도 내 다리를 보고 놀란 적이 있었는데, 그냥 내 피부는 백옥같이 하얗다며 별로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


하지만 그게 바로 햇빛을 보지 못해 비타민D가 부족한 상태였는데 그걸 몰랐다니.

의사는 심각한 상황이라며 먹는 약으로는 안되고 주사를 맞아야 한다고 했다.

그게 올해 1월 달이었다.






올여름은 매년 사용하던 쿨토시나 선크림이 필요 없었다.

코로나19 덕분에(?) 화장은 커녕 세수도 안 하고 마스크를 쓰고 다녔기 때문이기도 하고 

비타민D 부족 진단을 받았기 때문에 팔다리 걷어 부치고 일부러 양지만 찾아다녔다.


길을 가다 보면 아주머니들이 로보캅 같은 선캡을 쓰고, 팔에는 쿨토시와 목에는 손수건, 손에는 장갑까지, 햇빛 들어갈 틈 없이 완전무장으로 다니는 걸 보게 된다.

예전에 나도 팔이 타는 게 싫어 쿨토시를 하고 다녔더니 손등만 새카맣게 탔다.

얼굴은 모자를 썼으니 그나마 봐주겠는데 손이랑 같이 보면 정말 이상했다.


전혀 다른 사람 손 같다.

손만 타서 나도 장갑을 끼고 다닐까 생각도 했었다. 피부과를 다니기 전까지는.

반 지하에 살던 티가 내 몸에 나타나는 줄도 몰랐다.

그저 나이를 먹어서 그런 줄만 알았다.

햇볕의 중요성.

광합성이 식물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는 몸소 체험하게 되었다.


3개월마다 생겼던 얼굴의 발진은 피부과를 간지 7개월이 넘은 지금, 생기지 않았다.

수치가 너무 낮아 주사까지 맞아야 했던 비타민D.

올여름 피부가 그을리든, 새카맣게 타던 웬만하면 햇볕과 마주하려고 했다.




여름이어도 민소매나 반바지는 입지 않았는데 올해는 외출할 때마다 반바지를 입었다.

민소매는 아직 나에게 망설임의 대상이다.

긴 바지 속에 고이고이 감춰뒀던 내 다리. 몇 번의 외출로 쉽게 그을려지진 않았다.

여전히 팔은 새카맣게 타고, 내 다리는 아직도 허여멀건 하다.




인터넷에는 여름에 선크림을 바르고 다니라며 피부암의 위험성을 알린다.

그렇다고 선크림과 차단제로 피부를 꽁꽁 싸매면 우리 몸에서 만들어지지 않는 비타민D는 어쩌란 말인가.

영양제로 먹어야 하나?

천연 비타민D가 있는데 약은 무슨.




올여름 반팔, 반바지를 입고 천연 비타민D 주사를 맞은 셈 치니 몸의 얼룩덜룩한 햇볕 자국은 내 몸의 훈장처럼 느껴진다.







태양아~

다양한 피부색을 만들어줘서 고마워.

하지만 기미, 주근깨는 더 이상 만들지 말아 줘.

선크림 발라서 맨 얼굴로 널 만나는 건 조금 줄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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