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담은그림 Aug 14. 2021

주사는 무서워

어른이 되었어도

여기서 말하는 주사는 술 취해 난동 부리는 주사가 아니다.

앞으로 맞게 될 코로나19 백신 주사를 말한다.

우리는 태어나면서부터 각종 예방접종 주사를 맞는다.

자라서는 매년 불주사, 뇌염 예방주사, 간염 예방주사 등 맞아야 하는 주사가 왜 그리도 많았는지. 

아기였을 때는 인지하지 못했지만 초등학교 이후로 지금까지 나는 주사가 무섭다.      



초등학교 때 불시에 주사를 맞아야 했던 일도 있었다.


차례대로 나와서 맞으라면 키 순으로 차례를 정했으므로 반에서 내가 젤 먼저 나가서 맞아야 했다.


어찌나 떨리고 무섭던지. 어떤 때는 아프다고 뻥도 치고 도망을 가기도 했지만 결국 다시 붙잡혀오곤 했었다.     






성인이 되어도 주사 트라우마는 없어지지 않았다.

회사 취업 후 직장인 건강검진이 있어 모 병원에 건강검진을 받으러 갔다.

모든 검사를 마치고 마지막에 채혈실로 갔는데 내 또래로 보이는 여자가 앞에 앉아 있었고, 그 옆에 

의사 가운을 입은 사람이 서 있었다.



피를 뽑을 땐 늘 그랬듯 불안한 마음을 추스르며, 팔을 걷고 고개를 돌려 눈을 감고 대기한다. 간혹 자신의 팔에 주삿바늘이 들어가는 모습을 빤히 지켜보는 사람도 있던데  어후, 나는 절대 못한다.

팔을 뻗고 한동안 주삿바늘이 언제 들어올까 전전긍긍하고 있는데 주삿바늘 대신 말소리가 내 귀를 찔렀다.


- 자 여기에 고무줄 묶고.

팔에 고무줄이 묶였다.

  - 주삿바늘 여기로.

머뭇머뭇 거리는 것 같더니 헉, 주삿바늘이 들어왔다.

  - 아니, 아니, 그쪽이 아니잖아.



차마 볼 수도 없고, 왼쪽 팔에 들어간 주삿바늘이 살 속에서 혈관을 찾는 느낌이었다.

몇 번의 질책과 다그침으로 나의 소심한 비명은 묻혀버렸고 채혈은 끝이 났다.

이렇게 아플 수가.

눈물이 쏙 빠질 것 같은 고통을 느끼며 고개를 돌렸더니, 팔꿈치를 받치고 있던 곳에 피가 흥건히 고여 

있었고, 주사기에는 약간의 피가 뽑혀있었다.

팔을 움켜쥐고 울상을 하며 나왔다.

의사 가운을 입고 서 있던 사람의 명령으로 앉아 있던 사람은 아바타처럼 움직였고

나는 마루타가 돼 버린 건가.

밖으로 나와 의자에 앉아 마음을 추스르고 있는데 채혈실에서 내 이름을 불렀다.

피가 모자라다며 더 뽑아야 한다고.

헐.

나는 울상을 하며 아까 그 사람이 뽑으면 안 뽑는다고 징징댔다.

다시 들어온 채혈실에는 아까와는 다른 여성분이 웃으며 나를 맞아주셨다.

또 팔을 걷고 -이번에는 오른쪽 팔- 고개를 돌리고 눈을 감고 모든 것을 체념하고 있었는데 

벌써 다 끝났다고 했다. 언제 주삿바늘이 들어갔는지도 모르게 뽑은 것이다.

어쩜 이렇게 하나도 안 아플 수가.

진작에 그분이 좀 뽑아 주시지.




결국 양쪽 팔에 피를 뽑고 돌아갔다는 슬픈 이야기.   

아, 그때 그분은 내가 마루타 된 덕분에 지금은 피 잘 뽑고 계시겠지?

오래전 일인데 어쩌면 신참들 교육하고 계실지도 모르겠다.






어릴 때나 지금이나 주삿바늘은 무섭다.     

나이가 들고 아프지 않은 이상 이제 주사 맞을 일 없겠구나 싶었는데 코로나19란 놈이 생겨나 어쩔 수 없이 또 주사를 맞아야 한다.

게다가 빨리 맞겠다고 예약까지 해야 된다니..

주사 맞는 걸 싫어하는 내 입장에서는 상상도 못 할 일이다.

하지만 나 보다도 남을 위해서 맞아야 하는 게 코로나 백신이니까. 

맞아야지. 

매도 먼저 맞는 게 낫다는데.      

8월 9일은 18세에서 49세 인 사람들 중 생일 끝자리가 9인 사람들이 10부제 사전 예약하는 날이었다.



엄청 많은 사람들이 몰릴 것 같아 오후 8시부터 예약 시작이지만 10시 넘어서 들어갔다.

9월 초쯤 맞을까 생각했는데 이미 예약이 다 찼는지 13일부터 가능하게 나왔다.

컴퓨터 오류나, 지연 없이 무난하게 13일로 예약을 잡았다.     



도망갈 수도 없는 백신 맞기. 

아직 한 달도 더 남았는데 벌써부터 난 두려움과 공포에 사로잡혀버렸다.



매거진의 이전글 여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