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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담은그림 Aug 21. 2021

식물 집사

나도 돌본다

반 지하에 산 이후로 식물을 제대로 키워본 적은 없는 것 같다.

해가 잘 들지 않으니 식물이 죽어나가기 일쑤였고, 오래 방치된 채 싹이 난 고구마나, 감자, 양파, 당근을 수경재배로 길러도 봤지만 오래가지 않았다.     


https://blog.naver.com/m2i1004/221399624426






어릴 때 방학숙제로 식물 일기를 썼던 기억이 난다.

강낭콩이나 옥수수를 심었는데 그때는 지금에 비해 여러모로 지구 환경이 좋아서였는지 심으면 뭐든지 잘 

자랐다.

매일매일 그림으로 그려 기록하는 재미도 있었다.

무엇보다도 작은 씨앗에서 싹이 나고 자라서 작지만 열매를 수확하는 기쁨이 컸다.

그때의 어린 나는 물만 줬지 솔직히 한 건 없었던 것 같다. 

아마도 엄마, 아빠가 잡풀은 솎아주고, 벌레도 잡아주고, 해드는 곳으로 옮겨주고, 비 많이 오면 들여놔주는 등 소소히 챙겨주셔서 잘 자랐을 것이다.

부모님은 신기한 능력이 있는 것 같다.


선천적인 농부로 농촌에서 자연친화적으로 자라셔서 그런지 식물을 잘 기르신다.

옛날 복실이랑 살았던 다가구 주택 옥상에서 아빠는 손수 텃밭을 만드셨다.


지금은 아파트 촌이 되어버린 과거의 우리 집
상추 모종도 심고
달랭이 무, 파도 심었다
배추도 심고
고추랑 방울토마토 그리고 우리 복실이



그곳에 살면서 키운 작물들이 많았다.

배추, 고추, 오이, 호박, 상추, 깻잎, 방울토마토, 가지, 달랭이 무, 콩, 파 등등.

친환경 먹을거리가 가득해 야채 살 일은 없었는데.

손바닥만 한 텃밭 하나 가질 수 없는 아파트에 살다 보니 그런 재미가 없다. 

흙 있는 내 땅 하나 갖는 게 정말 어려운 세상이다.    


옥상 텃밭에서 자란 각종 열매들

 

계절마다 다른 옥상 텃밭의 전경
오이와 호박넝쿨로 가득한 옥상 텃밭



이곳은 우리 가족이 셋방살이에서 벗어나 처음 우리 집으로 살았던 곳이었고, 내 인생에서 가장 즐거운 추억이 많았던 곳이기도 했다.

복실이도 이곳에서 키웠고 그 소재로 그림책을 만들기도 했지만 출판은 하지 못했다.


복실이와 옥상 텃밭을 소재로 만든 그림책






지금 부모님은 아파트 베란다 거실에 화분을 많이 키우신다.  

남향이라 해가 잘 드는 이유도 있지만 두 분의 보살핌으로 각종 관상용 식물들이 잘 자라고 있다. 


아파트 실내에서 키우는 식물들


카페를 하는 친구에게 분양도 하고, 반대로 그 친구에게 분양을 받아오기도 했다.

식물 나눔이라고나 할까? 

덕분에 여러 종류의 식물들을 키우고 보는 재미가 있다.


친구에게 분양받은 몬스테라
새로운 가지가 자라난 몬스테라



자신의 손에만 들어오면 식물들이 고사한다며 식물 키우기 겁내 하던 친구였는데 최근 식물 집사로 열심히 

활동 중이다.


여러 가지 화분을 키우고 있다
감씨에 싹이 나서 허니 산세베리아와 같이 보냈는데 저렇게 키워냈다.
한 화분에 있던 두 식물을 완벽하게 분갈이했다
꼼꼼한 식물 집사의 다이어리


식물의 종류별로 이름을 알고 있는 건 기본이고, 화분 별로 각기 다른 물주는 날짜와 식물의 상태를 꼼꼼히 다이어리에 작성하고 있었다.

그 정성과 노력 때문인지 우리 집에서 입양해 간 식물들도 고사하지 않고 잘 자라고 있었고, 새로 들여온 다른 식물들로 더욱 풍성한 카페가 되어갔다. 

 



   


나도 새로 이사 온 이곳에 식물을 하나 둘 들이고 있다.


엄마 집에 있던 아이비를 잘라와 물꽂이 했다 



늘 햇볕이 드는 창가에 집에서 가져온 화분에, 봉숭아도 심고 아이비도 길러보려 한다.

주변에 식물사랑이 가득한 사람들의 영향 덕인지 나도 식물에 관심이 간다.

아직 초보 식물 집사지만 해가 있고, 바람이 있고, 물이 있고, 나의 작은 관심이 있으니 식물도 거기에 

부응하겠지.   

왼쪽부터 차례대로 식물들이 자라는 모습 (봉숭아는 자라는데  맨 오른쪽 스파트필름은 점점 고사하는 듯)



잘 부탁할게 얘들아,

죽지 말고

오래오래 잘 자라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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