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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담은그림 Sep 11. 2021

맛있는 치킨

유일하게 먹는 고기

육식을 좋아하지 않는 내가 그나마 즐겨 먹는 고기는 치킨.

그중에서도 닭 가슴살을 좋아한다. 혹자는 닭 가슴살은 퍽퍽해서 맛이 없네, 목이 막히네, 실타래 씹는 것

같네 하며 그저 운동하는 사람들이 억지로 먹는 단백질 덩어리로 생각하지만 나는 그게 그렇게 담백하고 

맛있다. 


몇 주 전에 엄마 집에 갔는데 동생 완자가 쿠폰이 생겼다며 치킨을 시켰다.

그런데 미끄럽고 물렁물렁한 기름진 살들이 많은 윙, 봉뿐인 세트가 왔다. 


돼지비계, 마블링 있는 소고기, 닭 껍질 이런 것들도 물렁물렁해 다 내가 못 먹는 한 통속들이다. 모처럼

치킨을 먹나 기대했는데 치즈볼만 씹었다.

복날에 가족과 1인 1 삼계탕을 먹으러 가도 나는 닭 가슴살만 골라내고 나머지는 가족들에게 버린다. 어쩌다 소고기를 먹어도 바짝 익혀야 조금 먹는다.


동생은 이런 나를 보고 고기 맛을 모른다며 한심해하면서, 한편으로 고마워하는 눈치였다.






며칠 전 치킨집을 지나가는데 치킨 향이 확 당겨 충동적으로 순살 치킨을 샀다.



살면서 처음으로 혼자 사다 먹는 치킨이라 설레기도 했다.

게다가 뼈도 없고 살 만 있는 순살치킨이라 저번에 못 먹은 회포를 풀 생각이었다.

집에 와 만찬을 차리고 한입 물어보니 단번에 물렁한 살이라는 걸 금방 알 수 있었다.

순살 이라더니 내가 좋아하는 퍽퍽한 순살이 아닌 다릿살 위주의 물렁한 살들이었는데 이러면 윙, 봉 세트랑 뭐가 다른가. 뼈만 없다 뿐이지.

게다가 튀김옷도 두꺼워 치킨보다는 핫도그를 먹는 느낌이었다. 

혼자 먹어서 그런지 맛도 별로 없고, 한 두 개 집어 먹고는 밀폐용기에 담았다.

  

   ‘순살치킨이 이런 거였어?

   그냥 닭 한 마리를 시킬 걸 그랬나? 그럼 온전한 퍽퍽 살은 먹을 수 있었을 텐데.

   그런데 남은 날개랑 다리들은 어떡해?’


집에서 가족들과 먹던 치킨이 그리웠다.

다들 날개나 봉, 다리 부위(소위 말하는 미끄덩한 살)를 좋아하고, 나는 퍽퍽한 살을 좋아해서 같이 먹으면 딱 좋았는데...

혼자서는 닭 한 마리도 제대로 먹을 수가 없구나.

처음에 독립해서 혼자 라면을 끓여 먹을 때도 어쩐지 맛이 없어 하나를 다 먹을 수가 없었다. 혼자 먹으면 뭐든지 맛이 없는 걸까?


라면은 집에서 동생이랑 또는 가족들과 함께 끓여먹어야 맛있다.

경쟁이 붙어서일까?

나 혼자 즐기는 만찬은 아직 어색하고 맛이 없다.

나중에 동생이 알려줬는데 그냥 순살치킨이 아니고 닭가슴 순살을 시켜야 한다고 했다.

다음번에 주문할 땐 꼭 그렇게 해야지.



그런데 그것도 혼자 다 먹을 수 있을까?


온 가족이 다 함께 먹는 음식은 뭐든 맛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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