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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담은그림 Oct 08. 2021

엄마

어디 있어요?

이 글을 올리기까지 많은 고민을 했었다. 아직 이 상황이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엄마 생각에 눈물만 나와 아무것도 할 수 없었지만, 또한 뭐라도 해야 했다. 나도 죽을 것 같았으니까.

노트북을 켜 놓고 그때의 일들과 엄마를 회상하며 글을 쓴다. 




지난달 추석명절 연휴 마지막 날. 오래도록 미뤄오던 허리 수술을 위해 입원한 엄마가 다음날 급성 심근경색으로 돌아가셨다. 어쩜 하루 만에 유명을 달리하실 수가 있단 말인가.

비현실적으로 느껴지는 이 글을 쓰면서도 이 일이 사실이라는 게 믿기지 않는다.     


엄마는 입원 당일 허리 MRI를 찍으러 들어가셔서 다 찍지도 못하고 나오셨다. 아픈 허리 때문에 바른 자세로 MRI를 찍으시는 게 너무 힘드셔서 진통제를 맞고 다시 MRI를 찍으러 들어가셨지만, 곧 다시 나오셨고 식은땀에 구토를 하셨다. 진통제 부작용인 줄만 알았다.

다음 엑스레이를 찍는데도 식은땀과 구토 증상이 계속되어, 병실에 올라가 심전도를 한 결과 혈전이 의심된다며 응급 시술을 해야 한다고 했다. 의사는 이 증세가 빨리 병원에서 발견이 되어 정말 다행이라고 했으나 시술 후 중환자실로 가셨고, 끝내 엄마의 심장은 돌아오지 않았다.     


단 몇 줄로 그때의 엄마와 우리 가족의 급박한 상황을 다 묘사하긴 힘들다. 지금도 머리가 멍하고 아득하며 꿈을 꾸고 있는 것만 같다. 가슴 한가운데 큰 돌 하나 올려놓은 것 마냥 아프고 답답하다.

평소 류머티즘 관절염과 고혈압 외에는 큰 병이 없던 엄마였는데, 수술 전 검사도 다 통과되었던 엄마였는데.. 남은 우리 가족은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이 상황이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다. 미루고 미루다 마음 굳게 먹고 수술해 나으려고 온 병원에서 수술은커녕 허리 상태는 보지도 못하고 갑자기 하늘나라로 가실 줄 누가 알았는가.

병원에 오지 말았어야 했나?

후회와 회한이 밀려온다.     


새벽 동틀 무렵 엄마를 모시고 가는 길에서



나는 나름 엄마를 챙겼지만 살가운 딸은 아니었다.

무뚝뚝한 나는 늘 엄마랑 부딪쳤고, 서로의 잔소리에 짜증을 내며 상처를 주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말 한마디라도 다정하게 건넬걸, 엄마를 좀 더 살피고, 좀 더 살뜰히 챙길걸...... 

청천벽력 같은 이 일이 아직 나에게는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잘못한 일들만 생각나고 모두 내 잘못인 것만 같다.

아픈 부모님을 오래도록 모시면 나중에 보내드릴 때 마음의 무게가 좀 덜할까?     


나는 이제 엄마 없는 사람이 됐다.

내 삶의 모든 것이었던 엄마.

갑자기 엄마가 떠나고 나니 나는 삶의 의미를 잃어버렸다. 준비하지 못한 엄마와의 이별 앞에 나의 모든 것들이 무너져 내린다.

생각해보면 작년에 장염으로 입원한 엄마랑 병원에서 함께 했던 일주일이 엄마와 가까이 지냈던 마지막이었고, 그때가 나에게는 행복했던 시간이었음을 깨닫는다. 그 시간의 기록들을 엄마에게 보여주지도 못한 채, 나는 또다시 엄마와의 추억을 기록한다.


늘 미안하고, 한없이 고마운 존재였던 우리 엄마.     


엄마 고마워요. 

삼 남매 키우시느라 고생하셨어요.

하늘나라에서는 우리 걱정하지 마시고, 하나님 품에서 아프지 말고 편하게 지내세요.

나중에 만나요.     


사랑해요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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