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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담은그림 Dec 31. 2021

풍성한 겨울

김치 부자

엄마는 허리가 아프셨지만 때마다 제철 채소와 과일을 챙기셨고 반찬을 만드셨다.

매 끼니마다 화려하진 않았지만 국과 김치, 나물 그리고 가끔씩 별미도 만들어 식탁에 올리셨다.

냉장고에는 엄마가 살아계실 때 만드셨던 김치 겉절이와 고추장, 된장, 장아찌가 남아 있다.

얼마 동안 먹을 수 있을까.

엄마가 만들어 놓은 것들이라 섣불리 먹을 수 없었다. 그러자 김치는 시어가고, 장아찌도 점점 무르익고 있다.

시어버린 엄마의 김치는 김치찜으로 맛있게 먹고 있지만 엄마의 자취가 없어지는 것 같아 아쉽다.






엄마의 김치가 점점 줄어들고, 우리는 먹고는 살아야겠기에 엄마 없이 김장을 했다.

절인 배추를 주문하고 양념도 주문했다. 엄마가 있었다면 양념은 했을 텐데, 매년 김장을 할 때마다 엄마 옆에서 보조나 했지 양념을 만드는 노하우는 배우지 못했다. 우린 앞으로 엄마의 손맛을 담은 그 어떤 음식도 먹을 수가 없게 됐다. 생각할수록 슬프다.


시집간 여동생도 김장하는데 도우러 왔다
아빠도 여느 때  김장철마다 도와주셨다


https://blog.naver.com/m2i1004/220190718693



남동생도 매년 김장 때마다 한몫했는데 올해는 방역복까지 입고 적극적으로 도왔다
김치통 5개를 채웠다



엄마의 부재를 걱정하는 사람들이 김장을 해서 택배로, 직접 손수 배달로 한 통씩 보내줬다.

정말 고마운 사람들이다.



김치냉장고에 여러 곳에서 온 김치로 가득 찼다.

남은 한 통을 끝으로 엄마의 김치는 더 이상 맛볼 수 없지만 고마운 사람들의 김치로 올 겨울과 내년 봄까지는 든든히 양식을 채우게 됐다.

 


김치가 주류를 이루지만 풍성한 식탁이다.


"감사히 잘 먹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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